전기차 수천만대 시대 온다…뒤늦게 뛰어든 메이커들 경쟁 격화

입력 2016-11-28 18:54:21

글로벌 자동차 제작사들의 전기차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유럽과 미국, 중국 등지에서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자동차 제작사들은 사실상 의무적으로 전기차를 개발할 수밖에 없어서다.

세계 전기차 시장 1위인 중국에서는 기존 업체들 외에 전기차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독일의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나 미국 GM 등도 전기차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일본은 일찌감치 전기차를 시작한 닛산 외에 도요타와 혼다까지 양산 경쟁에 가세했다.

특히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이면서 하이브리드차의 선구자인 도요타는 2020년까지 전기차 대량생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그간 도요타는 궁극적 친환경차로 수소연료전지차를 내세웠지만 결국 대세로 자리 잡은 전기차를 받아들였다. 도요타가 수소차에서 전기차로 방향을 튼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도요타는 오랫동안 주행거리와 충전시간 등의 한계를 이유로 전기차 개발에 미온적이었다.

도요타는 지난해 1회 충전으로 550㎞를 달릴 수 있고 빠르면 3분 만에 충전할 수 있는 수소차 '미라이'를 출시했다. 하지만 수소차는 여전히 비싸고 인프라의 뒷받침도 부족하다. '미래'라는 뜻의 미라이는 지난해 출시 이후 가격을 내렸지만 1천 대도 팔리지 않았다.

일본 업체 가운데 도요타와 함께 전기차에 회의적이었던 마쓰다도 전기차를 2019년에 양산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도요타와 마쓰다는 중국과 미국의 엄격한 이산화탄소 기준을 맞추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혼다는 2030년에 순수 전기차 또는 부분 전기차의 비중을 전체의 30%로 높일 계획이라고 올해 앞서 공언한 바 있다. 전기차가 15%,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15%를 각각 차지한다.

일본 메이커 가운데 닛산은 기술과 노하우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다. 닛산은 베스트셀링 전기차 모델 리프를 보유하고 있다.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의 카를로스 곤 CEO는 중국에서 가격을 8천달러(940만원)까지 낮춘 전기차를 몇 년 안에 팔 것이라고 최근 말했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자동차 번호판 경매 제도로 오염 많은 차량을 억제하고 전기차에 후한 보조금을 준다. 그 결과 중국의 전기차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힘차다.

중국에서는 BYD(비야디)를 비롯해 BAIC(베이징자동차), SAIC(상하이자동차), JAC(장화이자동차) 등이 전기차를 생산하는 대표적 업체다.

억만장자 투자자 워런 버핏이 투자한 회사로 유명했으며 삼성전자로부터도 약 5천억원을 투자받은 BYD는 한국에서 전기버스를 팔려고 최근 한국에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한국은 기술이나 물량에서 훨씬 앞선 다른 나라들을 뒤늦게 따라잡아야 할 처지다.

현대차가 올해 내놓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주행거리가 191㎞로 제주도 일주가 가능한 수준이다.

현대차도 도요타처럼 수소차인 투싼 ix35가 있지만, 판매량은 미미하다.

현대차는 2018년을 목표로 1회 충전 주행거리 300㎞ 이상의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전기차 연간 판매량은 고작 3천 대 수준이다. 다만 내년에 테슬라의 상륙과 주행거리 383㎞인 GM 볼트 EV의 출시를 계기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최대 업체인 재규어 랜드로버는 최근 로스앤젤레스 모터쇼에서 자사의 첫 전기차(I-페이스)를 공개했다. 이 SUV는 1회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

재규어는 2018년 하반기에 이 전기차의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9월 2025년까지 EQ라는 서브브랜드로 1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디젤 스캔들로 홍역을 앓고 있는 폭스바겐은 10년 안에 전기차 리더로 우뚝 서고 2025년에 판매량의 4분의 1을 전기차로 채우는 것이 목표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생산 등에 35억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테슬라는 218년까지 연간 생산 대수를 5만 대로 2015년보다 10배 늘릴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아직 전기차 구매에 소극적이지만 자동차 제작사들은 각국 정부의 규제 강화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업체들은 전기차의 미래를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배터리가 싸지고 성능이 향상되면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고 주행거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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