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여당 의원 과반 입장 유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존재감 제로
회색 처신 벗고 국가적 위기 대응을
지금 정국은 한마디로 이기면 충신, 지면 역적이 되는 '목숨 건' 투쟁에 다름 아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24시간 쏟아내는 종편과 패널 토의 등을 보면서도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 뉴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며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 지독한 안개가 하루빨리 걷히기를 기대한다.
얼마나 혼란하면, 종편도 뉴스도 안 본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편파 보도를 주도한다고 여기는 거대 언론에 대해서는 절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별거 없어 보이던 평범한 일상이 지독히도 그리운, 아픈 세월의 강을 우리 모두 건너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 창출의 심장부인 대구경북의 민심은 참담하다 못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현직 대통령 배출의 공신 지역이기에 여러 가지 역차별도 감내하고, 전국 광역도시 가운데 가장 낮은 지역내총생산(GRDP)도 참았지만 결국 작금의 사태에 대한 비난과 욕설만 듣고 있다. 괴롭기 그지없다.
그런데도 지역 민심을 대변해주어야 할 지역구 의원 절대다수는 꽁무니부터 내렸다. 태평세월이라도 되는 것처럼, 지역구 민원이나 챙기고 있다. 한심하다. 하다못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은 뭇매를 맞아가면서 여야가 정치적 합의를 한 특검이 법적으로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특검, 그것도 대통령 특검에서 특별검사를 야당만 추천하는 것은 법적으로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그런 견해조차 없다. 겁부터 먹은 꼴이다. 본사가 지난주 TK 국회의원 25명(김부겸, 홍의락 제외) 가운데 새누리당 소속 23명 전원에게 전화 혹은 대면조사한 결과 유승민·강석호(이하 의원 생략)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다. 탄핵 반대를 밝힌 의원은 5명(최경환·조원진·이철우·추경호·김석기)뿐이었다. 정종섭·장석춘·최교일·이만희 4명은 조사에 불참했고, 절반이 넘는 12명(주호영·김광림·윤재옥·박명재·김상훈·이완영·정태옥·곽대훈·곽상도·김정재·백승주·김종태)은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괜히 나대다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갈까, 흙탕물 뒤집어쓸까, 호시절 누렸던 특혜라도 드러날까 노심초사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지역 국회의원들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선진국은 정치 지도자들이 담장 위(on the fence)에 서 있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담장 위에 섰다가 사태의 유불리에 따라 이쪽으로 뛰어내릴 수도, 저쪽으로 뛰어내릴 수도 있는 회색분자는 정치적인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이쪽저쪽을 왔다 갔다 하는 회색분자는 아예 정치판에 발도 못 디딘다.
현역 TK 의원 절대다수는 지역 유권자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등에 업고, 편하게 국회의원이 되었다. 전투력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괜히 혼란한 시기에 의원직을 내건 모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처신에 다름 아니다. 다분히 기회주의적이다.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야당이 대통령 탄핵을 12월 2일 혹은 9일까지 밀어붙이겠다고 하는 운명의 한 주가 시작되었다. 나라의 운명이 거센 풍파 앞의 한 조각 배처럼 흔들리고 있다. 탄핵 정족수 200명 확보에 혈안이 된 야당은 탄핵 소추안 표결을 기명투표로 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까지 발의해 둔 상태이다.
법을 다루는 국회는 신중함과 공평함이 미덕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미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오른 마당에 입법기관인 국회까지 과하게 밀어붙이면 역작용이 나기 십상이다. 최순실 변호를 맡고 있는 이경재 변호사가 오죽하면 인터뷰를 통해 검찰을 홍위병에 비유했을까. 검찰은 물론, 국회도 공정성에 기반해서 민심을 대변해야 뒤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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