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기 든 교육부

입력 2016-11-26 04:55:05

"국민 의견 청취 후 결정할 것"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의 적용 여부를 국민 의견 청취 후 결정하겠다'며 사실상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면서 박근혜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의 반려에도 불구하고 사의를 굽히지 않고 있는 등 당정청의 주요 인적 기반에서 동요 조짐이 감지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교육정책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교육부가 뒤집기를 시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정권의 균열이 인사는 물론 정책에서까지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예정대로 28일 현장 검토본을 공개하겠다"면서도 "이후에 그 내용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청취한 후 적용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구체적인 적용 방식은 추후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또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철회 여부에 대해 "(28일에) 역사교과서를 공개한 이후에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이와 같은 대안을 채택할 경우 내년 3월부터 모든 중'고교에 새 교과서를 일괄 적용한다는 정부의 국정화 방침은 실현되기 어려워진다. 이는 사실상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운 박 대통령에게 또 하나의 타격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이날 교육부 차원의 대안 검토가 알려진 뒤에도 여전히 "그대로 간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교육부로부터 대안이나 재검토 방침을 건의받은 것은 없다"며 "저희로서는 큰 변화 없이 그대로 간다는 기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의가 오면 그때 가서 검토할 문제"라면서도 "현재로서는 기조 변화 없이 그대로 간다고 이해해달라"고 거듭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그대로 가느냐 아니면 연기하느냐 등의 여러 의견이 있지만 대체로 그대로 간다는 분위기"라며 교육부와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교육부의 태도와 관련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교육부 일선 공무원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과 관련해 아무래도 반기를 든 것 같다" "정부 핵심 정책에서도 둑이 무너질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교육부의 대안 제시를 받아들이지 말고 내년부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실천하라고 지시할 경우 청와대와 교육부 간 정면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함으로써 정부 내 이탈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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