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택일은 부담"
'탄핵 정국'에서 대구경북(TK) 새누리당 의원들의 소신 행보가 보이지 않는다.
당내에서의 활발한 탄핵 논의에 TK 의원들은 발을 슬그머니 뺀 채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지난 총선 때 소위 '진박'으로 불렸던 의원들조차도 탄핵 소추안에 대해 찬성'반대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고, 중립'비박계로 분류된 의원들도 머뭇거리기만 하는 모습이다.
23일 매일신문이 '탄핵 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찬'반 의사를 밝힌 의원은 조사에 응한 19명 의원 중 7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2명의 의원은 "지금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답변을 유보했다.
이들은 "검찰 조사'특별검사 진행 및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 "소추안 내용을 살피고 나서 판단하겠다" 등의 이유를 들었으나, 이에 대한 정치권의 해석은 다르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당의 지지 기반인 TK에서조차 상당수 의원이 똑 부러진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은 소신 없는 행보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적 출발은 친박에 있으나, 앞으로 자신의 정치 행보를 생각했을 때를 두루 고려해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사태 추이를 좀 더 관망하려는 태도로 보인다"고 했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둘러싸고 불거진 당 내홍에서 TK 의원들의 선택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예선(공천)보다 본선(총선)이 당락을 좌우하는 수도권 의원들은 당내 노선보다는 자질'정책 등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지만, TK 의원들은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을 거스르기 어려워 공천권을 쥔 주류 세력에 기대야 하는 정치 환경 탓이 크다. 이 때문에 TK 의원들은 친박과 비주류 간 탄핵 공방 속에서의 선택은 물론 탈당'분당 등에서도 수도권 의원에 비해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A의원은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촛불민심과 대통령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하는 게 지역 여론이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B의원은 "대통령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동의하나 찬'반 선택은 소신과는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C의원은 "TK 의원이 새누리당 둥지를 빠져나오면(탈당) 지지자의 절반 이상을 잃게 되고, 그러면 그 지역에서 다음 선거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탄핵이든 탈당이든 주류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고 행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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