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나란히 '하늘나라' 간 사이좋은 90대 노부부

입력 2016-11-24 17:35:59

"하늘은 부부가 같이 죽는 복을 여간해서는 주지 않는다는데…." 일본 도쿄(東京) 시내 주택가에 있는 한 주택에서 금실이 좋기로 이웃에 소문났던 90대 노부부가 같은 날 같은 방에서 나란히 병사한 것으로 밝혀져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지난 21일 도쿄 이타바시(板橋)구 도키와다이역 근처 주택가의 한 주택에서 97세의 남편과 93세의 부인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사인을 밝히기 위해 시신을 해부한 결과 병사로 확인됐다. 사망일은 시체 발견 나흘 정도 전인 것으로 추정됐다. 사망 시간도 같은 날 밤 또는 새벽으로 거의 비슷한 것으로 추정됐다.

외상이나 외부인이 침입한 흔적은 전혀 없었으며 두 사람 모두 편안한 모습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식탁에는 벌꿀을 듬뿍 바른 토스트와 설탕 3, 4스푼이 들어간 커피가 놓여 있었다. 늘 다니던 집 근처 찻집에서 부인이 즐겨 마시던 커피였다. 일주일에 3, 4회 정도 낮에 찻집을 찾았다고 한다.

찻집 주인인 나카지마(64) 씨에 따르면 부인은 젊은 시절 수영 코치를 했다. 주민 모임의 간부를 맡아 80세가 넘어서도 아침 라디오 체조에 참가하는 등 동네 주민들이 모두 알아주는 존재였다.

평소 "남편이 청소와 빨래도 도와준다"며 여간 행복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카지마 씨는 "오래 같이 살다 보면 한 가지쯤 불만이 있을 만도 한데 한 번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전했다.

남편은 회사원이었다. 자식 복은 없었던지 자녀는 두지 못했지만 퇴직 후에는 느긋하고 여유 있게 지내는 장수부부로 동네에 소문났다.

그런데 최근 며칠간 이들 부부의 주택 2층에 불이 켜진 채 외출이 끊어졌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근처 주민들이 21일 오후 4시께 주민자치위원 등을 통해 파출소에 신고한 끝에 부부가 2층 거실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타바시 경찰서는 22일 사인을 밝히기 위해 시신을 해부, 부부가 나흘 정도 전에 병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불이 나란히 깔렸었으며 남편은 스웨터, 부인은 잠옷 차림이었다. 전깃불이 켜진 상태였으며 부엌에 있는 밥솥은 밥이 다 된 상태였다. 식탁에는 매실 장아찌가 놓여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아침인지, 밤인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동시에 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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