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영랑의 숨결 두근두근 감성기행, 궁중 한정식은 덤
여행을 좋아하는, 또는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강진은 한때 당장 달려가야 할 것 같은 관광지였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첫 장을 장식하면서 강진은 '남도 답사 1번지'라는 수식어와 함께 떠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아직 강진의 진한 정취를 느끼지 못했다면 강진으로의 여행을 준비해보자. 2017년은 '남도답사 1번지 강진 방문의 해'다.
다산 정약용 선생과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인 영랑으로 대표되는 강진. 최근에는 전남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가우도도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최고의 자연과 역사, 문화, 관광 인프라, 감성체험, 여기에 친절과 신뢰, 그리고 청결로 무장한 지역민들이 강진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나라 걱정한 다산, '경세유표' 저술한 지 200주년
2017년은 역사적으로 강진에 많은 의미가 부여되는 해다. 우선 '강진'(康津)이라는 지명이 탄생한 지 600주년이 된다. 1417년 도강현 일부와 탐진현을 합쳐 강진현이라 명명한 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선시대 전라도와 제주도를 관할한 육군 총본부였던 '전라병영성'이 강진군 병영면에 축성된 지도 600주년이 된다.
다산 정약용의 흔적도 느낄 수 있다.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3대 저서로 꼽는 '경세유표'를 저술한 지 200주년이 된다. 또 2017년은 강진군이 천년 비색을 자랑하는 고려청자 재현사업을 시작해 성공한 지 4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다.
◆남도관광의 1번지 가우도…짚트랙 개장으로 날개
전라남도 '가고 싶은 섬'에 이름을 올린 가우도는 남도 답사 1번지 강진 관광의 새로운 선두주자다. 2016년 10월 말 현재 가우도 방문객은 60만 명에 이른다.
가우도는 육지와 이어진 두 개의 출렁다리를 건너 '함께해(海)길'로 불리는 해안 산책길을 걸으며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산책 명소다. 낚싯대를 메고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다. 감성돔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히는 '가우도 복합 낚시 공원'은 전국 낚시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는 천혜의 낚시터로 꼽힌다.
천혜의 자연 속에 즐길거리도 더해졌다. 지난 10월 가우도 내 산 정상에 세계 최초로 청자타워가 세워졌다. 또 이곳에서 출발하는 해상 하강체험시설 '짚트랙'도 들어섰다. 길이가 1㎞에 달해 해상체험시설로는 전국에서 가장 길다. 짚트랙은 가우도 정상 25m 높이(표고 80m)의 청자타워에서 출발해 대구면 저두 해안까지 이어진다.
횡단시간은 1분 남짓. 3개의 라인에서 가족과 친구, 연인끼리 공중에서 서로 마주 보며 해상을 가로지르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산의 애민사상'서정시인 영랑의 흔적 고스란히
청렴과 애민사상을 몸소 실천했던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과의 만남도 특별하다.
'뿌리의 길'을 따라 올라가 다산초당에서 역사와 마주하자. 실학사상의 산실인 이곳은 다산이 열여덟 해의 유배기간 가운데 강진에서 10년을 생활하면서 후학을 가르치고 제자들과 500여 권의 방대한 책을 저술한 곳이다. 이곳에는 다산초당과 동암, 서암, 천일각, 다산 4경이라 부르는 정석, 약천, 다조, 연지석가산 등의 유적도 있다. 현판에 판각된 '다산초당' 글씨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친필을 집자해서 새겨놓았다.
역사를 거슬러 고즈넉한 산책도 할 수 있다. 백련사로 가는 오솔길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동암과 천일각 사이에 있는 800m의 이 길은 다산과 백련사 아암 혜장선사가 교류했던 사색의 길이다.
강진에는 문화의 향기도 가득하다. 강진군청 바로 옆에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인, 순수 서정시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영랑 김윤식의 생가가 있다. 영랑생가는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52호다.
영랑은 일제강점기 민족지사이자 우리나라 현대시문학의 거성. 대부분 생가에서 생활하며 구수한 남도 사투리로 빚어낸 86편의 시를 남겼다. 생가에는 시의 소재가 됐던 모란과 우물, 동백나무, 장독대, 감나무 등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영랑생가 바로 앞에는 지난 2012년 3월 개관한 시문학파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에는 1930년 시문학파 동인으로 활동했던 영랑 김윤식, 용아 박용철, 정지용, 연포 이하윤, 위당 정인보, 수주 변영로, 김현구, 신석정, 허보 등 아홉 시인의 육필 원고 및 유품, 저서가 전시돼 있다.
◆고려청자의 본향 강진, 민화의 향연까지
강진은 영롱한 빛의 상감청자가 화려하게 꽃피운 곳이기도 하다. 9세기 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고려청자의 절정기는 비색의 완성을 이룬 11~13세기로, 고려인들뿐만 아니라 중국인들까지 청자의 신비로운 색을 귀히 여겼다.
우리나라의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청자의 80% 이상이 강진에서 만들어졌다. 긴 역사를 이어 오늘날에도 국내 유일의 고려청자박물관을 중심으로 수십여 개의 개인 요업체가 청자의 맥을 잇고 있다. 지난 1997년 9월에는 고려청자의 체계적인 보존과 연구를 위한 고려청자박물관도 들어섰다. 고려청자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은 고려시대 청자라는 단일 유물을 소개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5월에는 대구면 사당리 청자촌에 한국민화뮤지엄이 문을 열고 옛 사람들의 생생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 속에 파묻힐 뻔한 조선시대 무명화가들의 민화작품 수천 점이 전시된 강진의 또 하나의 문화콘텐츠 중심지다.
◆남도 맛의 1번지 대표 음식 강진 한정식
남도 여행에서 '맛'을 빼놓고 갈 수 없다. 강진에는 역사를 담은 맛이 있다.
한반도 끝자락 강진은 왕궁과 거리가 멀어 조선시대 사대부나 왕족들의 유배지가 되기도 했다.
이때 유배를 따라온 수라간 궁녀가 궁중음식의 비법을 전하면서 강진 한정식이 탄생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구이, 전, 볶음, 편육, 조림, 지짐, 생채, 취채, 숙채, 튀김, 전골, 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된 화려한 궁중음식이 강진 향토 음식 어우러져 맛깔스러운 한정식 밥상이 됐다.
최근 선보이는 일반 한정식들이 점차 레시피화, 계량화된 퓨전 한식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강진 한정식은 전통에 가까운 손맛과 푸짐한 정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시대와 문화를 반영하면서 고급스러운 궁중요리의 명맥을 이어온 강진 한정식은 강진의 또 다른 자랑이다.
사진 강진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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