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웅크려 앉아 보고 있는 듯한 천년고찰 운문사
씨 없는 반시, 소싸움, 한재 미나리로 유명한 경북 청도는 영남의 알프스인 운문산을 기둥 삼고 문복산, 구만산, 학일산의 산봉우리와 동창천, 청도천 등 수많은 골짜기로 이루어진 물길 맑은 농촌이다.
지형이 동서로 길게 펼쳐진 청도군에서 운문, 금천, 매전면은 산동지역으로, 산지로서 산에 기대어 삶을 이어왔다. 이에 반해 청도읍, 하양읍, 풍각, 각북, 각남, 이서면은 산서지역으로, 땅을 일구어 농사짓고 수렵을 하면서 여유로운 삶을 이어온 산고수청(山高水淸)의 고장이다. 가을에 꼭 가봐야 할 곳, 청도 운문사, 청도읍성, 석빙고, 적천사 은행나무로 가을여행을 떠나본다.
◆운문사
청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천년고찰 운문사(雲門寺)는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형국인 호거산(虎距山)을 마주 보고 있는 특이한 가람 배치를 하고 있다. 보물 제316호인 원응국사비를 포함하여 9점의 보물과 1점의 천연기념물을 보유하고 있다. 절마당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펑퍼짐한 처진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80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매년 봄이 되면 나무의 건강을 위해서 물과 막걸리 12말씩을 섞어 뿌리에 부어준다고 한다. 천년 전 신라 진흥왕 21년(560)에 창건되었다. 원광국사, 설송대사가 중창을 거듭하였고 일연 스님도 이곳에서 5년간 삼국유사를 집필하였다 한다. 지금은 전국 최대 규모의 비구니 승가대학이 되었다.
꼭 가볼 것을 권하고 싶은 암자 사리암은 운문사에서 2㎞ 정도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야만 한다. 일반인들은 운문사까지만 갈 수 있고 신도증이 있어야만 사리암 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사리암 주차장에서 급계단의 산길을 약 40분 정도 힘들게 오르면 사리암을 만날 수 있다. 팔공산 갓바위, 금산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기도발'이 가장 잘 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삿된 것을 여읜다는 뜻인 사리암(邪離庵)은 나반존자(那畔尊者)의 기도 도량으로 세속에 오염된 사심을 떨쳐버리고 한마음으로 기도하면 기도의 효험을 받을 수 있다고 전한다.
◆청도읍성
청도의 옛 지명은 도주(道州)이며, 이때의 행정 중심은 화양읍이었다. 지금도 향교, 객사, 동헌, 읍성, 석빙고 등이 있다. 읍성은 지방 군현의 주민을 보호하고 군사, 행정 기능을 담당했던 곳이다.
청도읍성은 평면이 사각형 형태다. 그동안 많이 훼손되어 현재 복원 중이다. 문헌에 근거하면 길이 1,570보(약 1.9㎞), 높이 5척 5촌(약 1.65m)이다. 화강석으로 기초를 쌓고 작은 돌을 섞어 가면서 흩어쌓기식 협축법(夾築法)으로 쌓은 정겹고 튼실한 성곽이다.
'경상도읍지'(慶尙道邑誌) 등 조선시대 문헌에는 동헌'객사'장관청'군기고'사창 등의 건물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객사로 사용되던 도주관과 동헌이 남아 있다. 성 위로 올라가면 화양읍내가 시원하게 한눈에 보인다.
◆석빙고
얼음은 원래 왕실의 제사를 지낼 때만 쓰였지만, 18세기 영'정조 이후 상업이 발달함에 따라 한강변을 비롯한 전국 여러 곳에 생선 보관용 얼음을 공급하던 사빙고(私氷庫)도 생겨났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청도, 현풍, 안동, 경주, 창녕, 영산 석빙고 6개가 남아 있으나. 모두 18세기 이후에 축조된 것이다.
경북유형문화재 제207호로 지정된 청도 석빙고는 청도읍성과 인접해 있다. 이 석빙고는 1713년(숙종 39)에 건립되어 현재 남아 있는 석빙고 중 가장 먼저 축조된 것이다. 얼음을 저장하기 위해 땅을 파고 양쪽 끝을 돌로 쌓았다. 반원형 아치의 홍예(虹霓)가 4군데 남아 있고 천장은 무너져 있다. 경주석빙고(보물 제66호) 다음으로 큰 규모다. 동서로 긴 형태이며, 입구는 서쪽이고 바닥은 약간 경사져 있다. 내부 길이는 14.72m, 폭 5m, 높이는 4.4m이다. 장빙제도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유산이다.
◆적천사 은행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은행나무는 경기도 양평 용문사에 있다. 이 나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수령 800년쯤 되는 은행나무가 청도 적천사에 있다. 은행나무는 전국적으로 192그루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고 한다.
청도군 청도읍 월곡리 적천사에 앞에 있는 은행나무는 높이 28m, 가슴높이 둘레는 8.5m이며, 천연기념물 제402호이다. 화악산 기슭 적천사 입구에 두 그루가 우람한 자태로 마주하고 있다. 외관의 손상이 없고 영양 상태가 좋으며 늦가을에 가장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청도읍에서 약 7㎞ 떨어진 남쪽 깊은 산 속에 있다. 보조국사 지눌(知訥)이 적천사를 중건한 뒤 짚고 다니던 은행나무 지팡이를 심은 것이 자라서 이처럼 되었다고 전한다. 승용차는 입구 은행나무까지 갈 수 있으나, 대형버스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Tip
*가는 길: 대구→경산→자인→동곡→운문사(소요시간 1시간 40분 정도)
*청도읍에는 유명한 청도추어탕 거리가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통발을 이용해 주인이 직접 잡은 자연산 미꾸라지로 요리를 하는 화양 다문화추어탕(054-372-6222)이 도주관 옆에 있다. 추어탕 7천원, 자연산미꾸라지튀김 대 2만5천원.
*개그 공연: 전유성의 청도 코미디 철가방극장이 성곡저수지 옆 경관 좋은 곳에 있다. 단체 예약하면 주문하는 시간에 공연을 해준다. 공연예매 티켓링크 1588-7890, 인터넷예매 www.ticketlink.co.kr
*주위에 가볼 만한 곳 ▷풍각면 덕양리에 있는 수령 약 450년 된 이팝나무 ▷각북면 명대리에 있는 320년 된 뚝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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