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엉킨 선인장 그림, 함께 어우러진 삶 표현"

입력 2016-11-24 04:55:05

신세기 청년작가회 성다솜 씨

"저는 어릴 적부터 사람들이 서로 싸우고, 상처 주면서도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에 행복해하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그래서 돋아난 가시, 사막, 삭막하고 척박함, 돌봐주지 않아도 질긴 생명력 등이 떠오르는 선인장을 통해 어우러지는 삶을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지난 20일까지 안동문화예술의전당 35갤러리에서 선보인 제20회 신세기 청년작가회전. 안동을 중심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소개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예년과 달리 조금 더 특별한 '전시회 속 작은 전시회'가 마련됐다. 신세기 청년작가회 출품 작가 가운데 1명을 특별히 '개인전'으로 좀 더 자세하고, 소박하게 소개한 것.

올해 처음으로 열린 개인전 주인공은 '성다솜'(26) 작가다. 안동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성 씨는 그동안 10여 차례의 단체전에 참가해 작품을 선보여왔다. 비록 작은 개인전이지만 자신만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생애 첫 개인전이라 작업 과정과 작품 속에 남다른 열정을 담아냈다.

성 씨의 첫 개인전 주제는 '함께'. 소재는 선인장. '함께'와 '선인장'은 다소 동떨어진 느낌이다. 선인장은 황량한 사막이나 척박한 땅에서 홀로 서서 자라기 때문에 '함께'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하지만, 성 씨의 작품을 보는 순간 작가가 표현하려는, 전하려는 '함께'의 의미를 쉽게 느낄 수 있다. 그의 작품 속 선인장들은 한데 뒤엉켜 있다. 마치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나듯 빼곡히, 빈틈없이 몸을 부대끼고 서 있다.

성 씨는 "선인장들이 서로 엉켜 있으면, 서로가 서로의 가시에 찔려 상처가 날 게 뻔해요. 그래도 선인장들이 서로가 한 몸처럼 뒤엉켜 있는 모습을 통해 사람들도 서로 상처 주고, 갈등하지만 결국 어우러져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성 씨의 이 같은 독특한 화풍에 대해 외국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안동대 출신으로 독일 필레펠트로 유학,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으면서 제3회 정헌메세나 재유럽 청년작가상 수상작가로 선정되기도 한 장혁동(44) 씨는 "유학이 아닌 국내에서 공부해 이런 소재로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이 마음을 잃지 말고 작품활동에 나설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한 성 씨는 올해 일본 교토 도지다이 갤러리 개관 20주년 기념 젊은 작가 후원 '앙데팡당전'에 작품을 보내 호평을 받았으며, 갤러리 측은 내년에는 작가가 직접 전시회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해 오기도 했다.

성 작가는 "앞으로도 따뜻한 시선으로 사회문제를 작품 속에 담아낼 것"이라며 "어떤 소재를 그리더라도 내 작품 속에는 사람의 온기와 살아가는 따스함이 묻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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