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는 도시 자체가 역사박물관이다. 제대로 살펴보려면 며칠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9월 지진 여파로 이곳을 찾는 발걸음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 최고의 볼거리를 갖춘 관광 명소다. 새해 해돋이 구경 등을 위해 올겨울 경주를 찾는다면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있는 석장동을 찾아보자. 가성비를 따지는 실속파에게 대학가 맛집은 진리다. 동국대 학생홍보대사 30명이 투표로 선정한 맛집을 소개한다.
◆천년 고도에서 가장 젊은 곳
경주 서북부에 있는 석장동은 경주시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승용차로 10분 거리다. 형산강(兄山江) 동대교를 건너면 동국대 경주병원과 대학 캠퍼스가 바로 보인다. 캠퍼스 왼편으로 약 300채에 이르는 원룸촌이 형성돼 있다. 경주에서 가장 최근에 상권이 형성된 곳이라는 경주시청 관계자의 설명대로 지금도 짓고 있는 건물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석장동은 1987년 현곡면 금장리의 남부 지역이 경주시로 편입되면서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행정동은 성건동이며, 형산강 서쪽 유역에 있는 경주국립공원 화랑지구 북쪽이다. 골목 어귀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3년쯤 전부터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며 "수요가 많아 원룸촌에 공실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과잠' 패션 낯설지 않아
몇 해 전만 해도 논밭이었던 석장동은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해도 될 듯하다. 골목마다 들어선 수십 곳의 음식점과 카페'당구장'PC방 등이 밤늦은 시간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아예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문을 여는 곳도 적지 않다.
대학가답게 거리에는 온통 대학생들이다. '과잠'(대학과 학과 이름을 등에 새긴 점퍼) 패션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곳이다. 음식점에선 체크카드 겸용 대학교 학생증을 내미는 손님이 많다.
물론 '김영란법'의 영향은 아니겠지만 더치페이도 보편화됐다. 동국대 호텔관광경영학부에 재학 중인 류해미(20) 씨는 "예전에는 형산강 너머 성건동에서 모임을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학교 바로 앞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며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고 소개했다.
◆청동기시대 암각화도 보고 가세요
석장동까지 왔다면 캠퍼스 오른편 형산강변에 있는 금장대 암각화를 들러보기를 권한다. 암벽 위에 세워진 금장대는 경주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정자로 경치가 빼어나다. 김동리의 단편소설 '무녀도'의 배경이며, 신라 제20대 자비왕 때 을화라는 기생이 왕과 연희를 즐기다 실수로 물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금장대 석벽에 새겨져 있는 청동기시대 암각화는 경상북도기념물 98호로 지정돼 있다.
또 2010년에는 원룸촌 신축 현장에서 청동기시대의 초대형 구획묘(區劃墓)가 발굴됐다. 구획묘는 시신을 매장한 무덤 주변을 따라 원형, 혹은 장방형 석축 단을 쌓아올려 묘역을 조성한 고분을 말한다. 이동헌 동국대 박물관 연구원은 "석장동 일대는 청동기시대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아주 많은 곳"이라며 "신라 건국 훨씬 이전에 경주에 만만찮은 세력을 갖춘 집단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말했다.
한편 동국대 캠퍼스에서 북쪽으로 5㎞쯤 떨어진 곳에는 금장대와 함께 '신라 팔괴(八怪)'로 알려진 나원리 오층석탑이 있다. 국보 제39호로, 탑은 신라식 이중기단이나 오층의 탑신을 가진 점이 특이하다.
◆폼 프리츠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맛의 맥주로 호평받는 개업 4년 차 호프집. 상호는 프랑스어로 감자튀김(pommes frites)이라는 뜻이다. 이해정 대표는 "실제로도 프랑스와 인접해 프랑스어를 공용어 가운데 하나로 쓰는 벨기에에서 감자를 공급받는데 유기농 감자를 삶은 뒤 냉동해서 가져온다"고 소개했다. 감자튀김에는 스위트 칠리, 갈릭 디핑, 칠리 마늘 등 6가지 소스를 선택할 수 있다. 8종의 칵테일 생맥주 가운데 여학생은 라즈베리'자몽 맛을, 남학생은 청포도'바닐라 맛을 선호한다고.
▶대표 메뉴: 칵테일 생맥주(3천500원), 감자튀김(4천~6천원)
▶전화번호: 054)749-4468 ▶영업시간: 오후 7시~다음 날 오전 3시
◆이꼬 이꼬
대학에서 호텔조리학과를 졸업한 20대 오너 셰프, 김동영 대표가 2년 전 열었다. 상호는 '가자 가자'라는 뜻의 일본어 '이꼬우 이꼬우'의 줄임말이다. 식사 시간에는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 대학가 식당 가운데에서는 드물게 신선한 노르웨이산 연어를 매장에서 통째로 해체'숙성시킨 뒤 내놓는다. "이른 시일 내 대도시에 매장을 내는 게 목표"라는 김 대표는 "처음에는 수제 햄버거를 만들어 팔다가 퓨전요리로 바꿨는데 여대생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 자체 평가했다.
▶대표 메뉴: 소고기덮밥(6천500원), 연어덮밥(7천원)
▶전화번호: 054)772-1134 ▶영업시간: 오전 11시~다음 날 오후 2시
◆테이트 모던
화력발전소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 미술 갤러리로 탈바꿈한 영국 런던의 명소,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이름을 따왔다. 테이블 11개를 갖춘 매장 벽면에는 방환배 대표가 직접 찍은 영국 풍경 사진들이 걸려 있다. 짙은 회색의 인테리어 역시 깔끔하다. 방 대표는 "카페 같은 분위기 덕분에 3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여학생 손님이 훨씬 많았는데 양을 많이 준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요즘에는 남학생끼리도 많이 찾는다"며 웃었다.
▶대표 메뉴: 샐러드 돈까스(6천500원), 석쇠불고기라이스(5천500원)
▶전화번호 054)777-0715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
◆이태리 한국식당
녹색, 하양, 빨강의 세 가지 색으로 된 이탈리아 국기를 본뜬 주방 장식이 눈길을 끄는 레스토랑. 매장 간판에 이탈리아 국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는데, 상호는 이탈리아 요리(피자'파스타)와 한국 요리(덮밥'치킨)를 같이 판다는 의미로 작명했단다. 여느 대학가 맛집처럼 저렴한 가격 덕분에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혼밥족'을 위한 자리도 따로 마련돼 있다. 오후 시간에는 저녁 영업을 준비하느라 문을 닫기도 해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대표 메뉴: 소불고기덮밥(6천원), 불닭 까르보나라(7천500원)
▶전화번호: 054)749-7871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NO. 871
경주의 한 자동차부품회사에 다니다 주야 교대 근무가 싫어서 평소 해보고 싶던 요리에 도전했다는 곽규민 대표가 지난해 열었다. 매장 인테리어로 설치한 빨간 공중전화 박스처럼 상호에도 뭔가 재미있는 사연이 있을 것 같았지만 그냥 매장 주소(석장동 871번지)란다. 돼지 뒷목살을 푸짐하게 썰어 넣은 고기전골은 서너 명이 먹어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양이 많다. 게다가 라면 사리는 공짜. 곽 대표는 "대학 다닐 때 주변에 밥을 넉넉히 주는 식당이 없어 아쉬웠는데 학생들이 맛있다고 해서 다행"이라고 귀띔했다.
▶대표 메뉴: 고기전골(1만5천원), 고기수육(1만3천원)
▶전화번호: 054)771-0871 ▶영업시간: 오후 5시 30분~마지막 손님 일어설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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