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행복한 대구]<하>우리마을교육나눔

입력 2016-11-21 04:55:01

동네가 곧 배움터, 숨은 인물·장소 발굴 꿈을 얘기하다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이 정부3.0 대구시 대표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한 추진위원회가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이 정부3.0 대구시 대표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한 추진위원회가 '다채움 국민디자인단'으로 활동하는 모습. 청소년 전문가, 코디네이터, 추진위원장 등이 모여 청소년들의 낮은 행복지수와 미래설계의 어려움, 진로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 또 청소년 맞춤형 진로체험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청소년 수요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과 마을별 특성을 반영한 진로직업 체험 프로그램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대구시 제공

청소년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고자 시작된 대구시의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이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우리마을교육나눔이 진행되면서 동네 행정기관, 지역사회단체 등 각 기관이 우리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 학교뿐만 아니라 마을의 모든 주민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에 이른 것이다. 최근 우리마을교육나눔에 참여하는 기관'단체들은 청소년의 진로교육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마을과 함께하는 청소년 진로교육

대구시는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의 추진 체계를 10개 단위로 설계했다. 대구시, 8개 구'군, 38개 동주민센터, 추진위원회, 청소년 수련시설, 학교, 청소년위원회, 코디네이터, 기타 지역기반시설, 통합지원기관 등 10개 기관이 유기적으로 동네를 청소년의 배움터로 가꾸고자 노력하고 있다.

단위별로 각 고유의 기능과 특성을 살린 역할을 맡음으로써 청소년의 행복한 진로를 위해 촘촘한 관계망을 구축하고 있다.

대구시는 교육나눔사업의 총괄운영기관으로서 각 단위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앞장선다, 동과 동을 연결하고 구'군 간 통합을 지원하고자 동주민센터는 주민참여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맡는다. 즉 본 사업의 가장 기초적이면서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추진위원회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운영되는데,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청소년 진로교육에 활용할 인력, 장소 등 마을의 자원을 발굴하고, 이를 최종적으로 청소년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는 일을 한다.

특히 지산2동 추진위원회의 운영 방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사업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자 지역 3개 초'중'고, 5개 시설과 협약을 맺었다. 현재 인성회복, 창의체험, 진로설계 프로그램 등 모두 12개 청소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산2동 추진위원회에는 청소년 수련 전문가가 참여하기 때문에 각종 행사 시 청소년 수련시설을 교류의 장으로 사용한다. 또 학교 교사들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학교와 마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 가운데 학생들이 주축이 돼 구성된 위원회인 '청소년위원회'는 청소년이 프로그램 설계와 집행에 직접 참여하는 창구 기능을 한다. 마을 아이들이 정책 대상이나 수혜자로 머물지 않고 사업의 당사자이자 마을의 주민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한 것이다.

주창희 침산3동 청소년위원단장(침산중 2학년)은 "소셜픽션, 아나바다 장터, 한마을 어울마당 등 사업을 만들 때 회의를 진행하고 의견을 나눔으로써 함께하는 서로의 마음을 느끼게 돼 뿌듯했다"고 말했다.

특히 '코디네이터'는 전국 청소년 프로그램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참신한 역할이다. 이들은 청소년지도사 자격을 갖춘 전문가로서 청소년과 주민, 그리고 주민과 행정을 연결하는 활동을 담당한다. 청소년과 주민이 프로그램을 만들 때 청소년 프로그램 전문 제작 기법을 적용하며, 진로설계에 도움이 되도록 조언하고 있다.

김지영 우리마을 코디네이터는 "첫해에는 약간 막막하기도 했지만 마을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 뵙고 아이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길이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해왔다"며"프로그램의 결과보다 청소년과 주민이 청소년의 진로를 위해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무엇보다 소중했다"고 했다.

◆아이들이 주인으로 성장하는 마을

우리마을교육나눔사업은 아이들은 물론 주민들의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김현회 가창면 사무국장은 "조금씩 변화되는 마을 분위기와 사람들의 변화된 모습에서 행복감을 느꼈다"며 "아이들이 마을의 주인으로 성장하고 마을 안에서 진로를 설계하는 것을 보며 교육나눔사업의 중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우리마을교육나눔사업을 통해 자신이 사는 마을에 대한 다른 관점과 시선을 갖게 된 사람도 있다. 하진열 다사읍 추진위원장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동네 골목길, 놀이터 등이 위험하고 불편함이 없는지 늘 살펴본다"며 "또 학교에서 아이들이 무슨 수업을 어떻게 받고 있는지 궁금해져 선생님들과 대화의 양이 늘었다"고 말했다.

강영수 동인동 추진위원장은 지역 청소년과 '지역 알기'를 주제로 동네 근현대사 공부를 함께하면서 한국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강영수 위원장은 "어른, 청소년이 함께 역사 공부를 해 교육나눔사업이 뜻깊게 다가왔다"며 "마을 일부를 생태학습장으로 만들어 교육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됐다"고 했다.

교육나눔사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변화다.

서구 원대동에서는 올해부터 지역 예술축제 준비를 청소년들에게 주도적으로 맡겼다. 지역민들은 행사 준비에서부터 진행, 마무리까지 청소년과 함께했다. 이 과정을 통해 지역 성인들은 기존에는 청소년들을 '도움을 줘야 하는 존재'로 여겼지만 지금은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생각한다.

우효민 서부고 학생은 "처음에는 어른들과의 소통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어른들께 하나둘 배워나가는 일이 너무 신난다"고 했다.

◆주민들의 신나는 모험, 우리마을교육나눔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은 대구에서 모두 500명이 넘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대구시는 지원기관을 공모로 선정해 추진위원장 워크숍, 발대식 및 교류회 진행, 마을 디자이너 양성, 모니터링 및 평가, 마을별 맞춤형 솔루션 제공,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지원책을 각 마을에 제공하고 있다.

내년에는 50여 개 동이 참여하는 만큼 지원 기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의 지원을 맡은 (사)공동체디자인연구소 연구원들은 매일같이 38개 동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주민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청소년 코디네이터들과 함께 프로그램별 개선 사항을 파악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동체디자인연구소 관계자는 "현장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이 긍정적으로 진화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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