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민주화 항쟁 이후 최다 인파…가족 단위 나선 참가자 다수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19일 대구 도심에서 이어졌다. 이날 집회 참가자만 주최 측 추산 2만5천여 명(경찰 추산 7천600여 명)으로 1980년대 민주화 항쟁 이후 대구에서 열린 집회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개방 당시 몰렸던 참가자 7천여 명(주최 측 추산)보다 3배나 많았다.
19일 오후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지역 6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구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3차 시국대회'가 열렸다. 경찰은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이 협소하다는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이날 오후 3시부터 중앙로 주변 교통을 통제하고 집회를 허용했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강한 허탈감과 배신감을 토로했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임을 자부하며 한결같이 보냈던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달성군에서 왔다는 차칠문(68) 씨는 "대구가 아직도 박근혜와 새누리당 편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집권 여당과 대통령은 지금까지 지지해준 지역민들을 위해서라도 스스로 역사의 오점이 되지 말라"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는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대거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친구들과 함께 찾은 원화여고 3학년 김모 양은 "고3 교실에서도 등교하면 공부 얘기보다 정치 얘기를 더 많이 할 만큼 학생들도 사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며 "수능이 끝났으니 이제 학생들의 목소리도 내야 할 때라고 느꼈다"고 했다.
최진욱(18) 군은 "아직 투표권이 없다고 해서 생각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작은 사회'라는 학교에서도 생각지 못할 일이 2016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로운 집회가 이어지면서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족 단위로 나선 참가자들도 많았다. 이들은 아이를 목말 태우고 행진을 하거나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등 집회를 즐겼다. 돌이 지나지 않은 딸아이를 안고 온 이모(30'여'수성구 시지동) 씨는 "지금 나라 꼴이 말이 아니어서 답답한 마음에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딸이 살게 될 미래의 대한민국은 지금보다 나은 나라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초등학생 자녀 2명과 함께 참가한 최재환(43'달서구 월성동) 씨는 "보통 집회라고 하면 과격하다는 인식이 있어 애들까지 데리고 오기에는 껄끄러웠는데 촛불집회는 분위기가 평화로워 참가했다"면서 "아이들에게도 이런 건전한 집회가 교육적으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참여도 잇따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각각 당원 100여 명과 함께 집회 현장을 찾아 하야 촉구 서명운동을 벌였다. 무소속 홍의락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도 시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부겸 의원은 "아직도 마음속 깊숙한 곳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 대구경북민들이 많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이 정권의 마지막이 비극으로 끝나선 안 된다. 대구경북민을 생각해서라도 대통령은 결단을 해달라"고 말했다.
주최 측 서승엽 대변인은 "오늘 집회는 개인 비리에 대해 규탄하는 자리가 아니라 도덕적 가치 회복을 위한 자리"라며 "지치지 말고 끝까지 가자"고 했다. 4차 시국대회는 26일(토)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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