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허남건 교수팀이 주변 식생과 풍속, 지면 경사도 등을 따져 산불 이동을 수치화하는 연구를 했다. 2007년 대한설비공학회에서 발표한 '산불 전파 수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산불은 나무'풀 등의 종류와 양, 바람 세기나 방향에 따라 진로가 결정된다.
초지보다는 울창한 산림에서 불이 번지는 속도가 훨씬 느리고, 가령 초속 6m의 바람이 불면 초속 2m에 비해 같은 면적의 땅을 모두 태우는데 절반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연구에서 보듯 바람은 산불의 최대 변수이자 불의 성쇠를 좌우하는 요인이다.
산불이 나면 데워진 공기가 상승한다. 그 빈 공간에서 대형 강풍이 몰아치는데 이 바람을 따라 산불이 이동한다. 건조 기후 때문에 대형 산불이 잦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바람을 타고 불티가 사방으로 튀면서 진압에 애를 먹는다. 특히 가을과 초겨울, 시에라네바다 사막의 바람이 로키산맥을 넘으면서 만들어지는 초속 27m의 높새바람 '샌타애나'(Santa Ana)는 공포 그 자체다. 캘리포니아 남부지역 대형 산불에 가속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친박계 김진태 의원이 17일 특검법을 처리하는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발언해 분노를 샀다. 촛불 민심을 깎아내리는 반동적인 발언이 그의 소신이라면 할 말이 없다. 다만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대통령의 황당 어록에 너무 심취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정치밥 먹는 김 의원의 선거철 계산법대로 바람은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촛불 민심도 수그러들 수 있다. 하지만 말대로 바람 앞에 촛불이 꺼지고 민심이 돌변한다면 그 바람은 망조, 망국의 바람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주역의 64괘 중 이괘(離卦)는 불의 모양이다. 이괘에 담긴 뜻을 판단하는 단사(彖辭)에 '중명(重明)으로 이려호정(以麗乎正)하여 내화성천하(乃化成天下)'라고 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룩하는 것은 모든 사람이 밝고 맑은 마음일 때 가능하다는 가르침이다.
박 대통령의 퇴진 거부로 오늘 전국 100여 곳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다. 이에 맞서 박사모 등 보수단체 총동원령도 내려져 5천여 명이 서울역 앞에서 궐기대회를 연다. 과연 촛불이 꺼질지, 맞바람이 촛불을 되레 키우는 높새바람이 될지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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