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일대에 주최 측 추산 100만 개의 촛불(경찰 26만 명 추산)이 밝혀진 지난 12일, 기자도 그곳에 있었다. 언론들은 이날을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다"고 했다.
자동차가 메우던 도로는 사람들로 꽉 찼다. 오후 4시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을 빠져나오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출근길 지하철에 갇힌 것처럼 사방에서 어깨가 닿았고, 종종걸음 치는 인파의 물결에 떠밀리듯 나아가야 했다.
월급쟁이 가장들, 학생들, 유모차에 백발노인들까지. 기자가 나고서 보게 된 최대 인파의 운집 현장이었지만 질서정연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이게 나라냐"며 대통령을 향해 분노를 터뜨렸지만, 거칠지 않았다.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었기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왔다." "(대통령의) 영혼 없는 사과에 화가 났다."
이유는 달랐으나 모두가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가 내자동 로터리에 울려 퍼졌다.
다음 날,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으며, 현 상황의 엄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00만 외침에 응답은 없었다.
되레, 박근혜 대통령은 예정됐던 검찰 수사를 거부했다. 지난 4일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했던 국민과의 약속, 국민의 진상 규명 요구를 외면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검찰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18일까지 침묵하면 검찰은 불완전한 상태로 최순실 씨 등을 기소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와중에 박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게 부산의 엘시티 비리 사건의 신속'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연루자를 엄단하라고도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박 대통령이 정'관계 인사들의 비리 연루설이 도는 엘시티 사건을 통해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 보려는 것 아니냐 의심하고 있다.
검찰의 말을 빌려도 대통령이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만약 대통령이 국면전환 시도나, 또 최소한의 검찰 조사로 이 국면을 넘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그러고 보니 박 대통령은 지난 8일 국회가 추천하면 실질적 내각 통할권을 갖는 국무총리를 임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수습책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얼마나 많은 민심의 촛불이 켜져야 대통령의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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