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배우 임윤아

입력 2016-11-18 04:55:05

"무대에서는 소녀시대, 연기할 땐 배우 윤아"

소녀시대 윤아가 좋은지, 배우 임윤아가 좋은지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정확한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연기할 땐 "연기자 겸 소녀시대 윤아", 무대 위에서 화려한 군무와 노래를 할 땐 "소녀시대 멤버 겸 연기자 윤아"로 불렸으면 좋겠단다.

윤아는 "윤아 하면 떠오르는 밝은 느낌이 있는데 연기할 때도 그런 느낌을 발전된 모습으로 보여줘야 할지, 아니면 아예 다른 모습으로 다가가는 게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최근 끝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THE K2' 참여를 놓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한 이유다.

그가 맡은 역할은 어릴 적 엄마를 잃고 최유진(송윤아)으로부터 스페인의 한 수도원에서 10여 년간 격리됐다가 복수를 위해 돌아온 인물인 안나. 매력적인 캐릭터였으나 스케줄 등의 문제로 거절했으나 제작진의 연이은 제안에 스케줄을 조정했다. 그간 맡았던 예쁘고 사랑스러웠던 캐릭터가 싫증이 나서 새로운 역할에 도전한 건 아닐까?

"옛날 같으면 이런 변신을 못했을 것 같아요. 이런 작품을 하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할까?'라는 걸 우선적으로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어려웠는데 그런 생각을 떨치려고 노력했어요. 나만 보고 가보자는 생각이었죠. 주관이 있어야지 작품이 끝나고 나서도 성적의 좋고 나쁨을 떠나 내가 얻어갈 수 있는 게 큰 것 같거든요."

소녀시대 멤버라는 타이틀이 신경쓰인 점도 있다. "무대에서는 소녀시대가 되고, 연기할 때는 배우가 되는 느낌이라서 현장이 각각 달라요. 두 가지가 다른데 보는 분들은 윤아라는 사람 하나잖아요. 소녀시대라는 이름이 너무도 크게, 좋게 돼 쉽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일부러 벗겨 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게 바라봐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아이돌로 10년, 연기자로 3년을 활동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태도와 생각이 바뀌었다. 윤아는 "이번에 다른 모습의 색깔을 보여 드리고 도전하고 싶은 내 목적은 달성하지 않았나 싶다"며 "좋은 배우들과 작업해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게 많았다. 얻어가는 게 많은 작품"이라고 좋아했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제하(지창욱)와 안나가 사랑에 빠지는 감정선이 부족했고, 9살 소녀에 멈춘 안나가 세상 밖으로 나가 유진과 팽팽하게 맞서도록 성장한 모습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윤아는 "첫 촬영이 유진을 마주하고 '최유진 악마'라고 소리 지르는 신이었는데 처음부터 감정이 셌고 소리를 질러야 했다"며 "조금 시간이 지나고 찍으면 좋지 않았을까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 감정이 깊은 장면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했고 부담이었다. 테이크를 10번 정도 간 것 같다"며 "(송)윤아 선배가 내 감정을 끌어내 주려고 하셨는데 진땀이 났던 게 기억난다. 사실 그때는 뭘 찍었는지 생각 안 났다. 그런 느낌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윤아는 라면 먹고 춤추는 신이 가장 좋다. 지창욱도 마찬가지란다. 윤아는 "창욱 오빠가 제일 좋아하는 신이라고 했는데 나도 캐릭터가 서로 잘 드러나서 좋아했던 신이었다"며 "오빠가 사랑스럽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방송을 보니 잘 나온 것 같아 좋다"고 만족해했다. K2(지창욱)와 옥상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은 불편(?)했다. "기와지붕이라서 그렇게 앉아 있으니 엉덩이가 아프더라"며 "자리 배치도 불편했고, 밤이 되면 추워지더라"고 회상했다.

윤아의 다음 드라마는 '왕은 사랑한다'(방송사 미정)다. "중국 사극을 한 적은 있지만 한국에서는 처음이니까 또 다른 도전이죠. 어떤 선택을 해도 이제는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요. 좀 더 다양한 모습을 경험하면 배우의 길을 걷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안전하게 가는 것도 좋지만 그리해도 안 좋게 보는 분들에게는 안 좋을 수 있잖아요. 나한테 집중해 도전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사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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