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재임대 모르고 식당 빌려…원주인이 땅 팔자 '쫓겨날 신세'
"당장 가게를 비우고 나가라고 하는데, 정말 죽고 싶은 마음입니다."
재임대된 건물인 줄 모르고 계약했던 영세업자가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건물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재임대한 업체는 땅이 팔리자 "땅주인과 얘기하라"며 발을 뺀 상황이다.
김모(39) 씨는 2012년 포항 이동온천스포렉스(스포렉스)와 전체면적 300여㎡의 건물을 임차하는 계약을 하고,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기로 했다. 아내'두 아이를 둔 가장이기도 한 그는 몫 좋은 자리에 식당을 차리게 된다는 부푼 꿈에 가득 찼다. 모아둔 돈과 은행 대출까지 5억5천만원을 전 가게 주인에게 권리금 1억원을 주고, 고깃집 설비공사 등도 무사히 마쳤다. 열심히 살면 빚도 갚고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장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찜찜한 부분이 생겼다. 수도료나 각종 세금이 부과되는 명의가 스포렉스가 아닌 삼구건설㈜ 대표의 이름이었던 것. 그제야 스포렉스가 삼구건설 대표의 땅을 주차장 등 용도로 임차하고서 김 씨에게 재임대한 것을 알게 됐다. 그래도 둘 다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에 '별일이야 있겠나' 하고 넘어갔다. 올 초에도 연말까지 스포렉스와 재계약하며 장사에 몰두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지난 6월부터 산산조각나고 있었다. 삼구건설 대표와 스포렉스의 임대차계약이 끝나 땅을 비워줘야 해 임대차와 관련해 법원 조정절차에 출석하라는 내용이었다. 즉 가게를 뺀다는 화해조서에 서명하라는 의미였다. 가게를 빼는 시기는 6월이었지만 8월로 2개월 연장되는 내용도 있었다.
김 씨는 당황했지만 '신뢰'만 생각해 법원에 출석, 조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화해조서에 서명한 것이 족쇄가 되면서 법적으로 가게를 빼는 데 문제가 없게 돼, 오히려 사면초가에 놓였다. 김 씨는 지난달 28일 국민권익위에 호소문을 넣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약속은 없어지고, 화해조서에 서명했다는 것만 남아 가게를 빼야 하는 처지입니다. 바보도 아니고, 당장 가게를 빼라는데 서명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투자한 돈도 대부분 대출인데, 빚만 지고 쫓겨나게 생겼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영세업자를 법적으로 꼼짝 못하게 만들고 밥그릇마저 뺏어가면 됩니까." 그는 울먹였다.
이에 대해 삼구건설 대표는 "나도 피해자다. 10년 동안 스포렉스에 땅을 임대해주면서, 땅을 팔아야 한다는 말을 수차례 했지만, 주차장 문제로 앓는 소리를 하기에 억지로 계약을 연장하고 있었다"며 "땅이 팔리기 전까지는 후배인 김 씨를 도와주려고 온갖 노력을 했다. 이제는 땅이 팔려 당장 가게를 비워야 하지만, 양쪽에 끼여 너무 힘들다"고 해명했다.
스포렉스 측은 "우리가 편의를 봐주고 싶어도 삼구건설 대표가 매각을 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삼구건설 대표의 땅이라는 것도 알렸고, 계약서상에도 명시했다"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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