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군이 확 바뀐다]<8>전국 지자체 중 최대 규모 교육비 지원

입력 2016-11-15 04:55:05

초교 5학년·중 2학년 전원, 원어민 영어체험 무료 교육

달성군은 전국 시
달성군은 전국 시'군 지자체 가운데 최대 규모인 76억8천만원의 교육비 예산으로 학교 급식비, 학교 시설 및 환경 개선, 영어마을 체험학습, 방과 후 학교 운영 등 20여 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군내 초'중학생들이 대구경북영어마을에서 4박 5일 동안 원어민 영어체험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28일 군청 군민소통관에서 열린 달성장학재단 장학금 수여식. 달성군 제공
지난 6월 28일 군청 군민소통관에서 열린 달성장학재단 장학금 수여식. 달성군 제공
영어마을에서 영어체험을 하고 돌아온 학생들이 김문오 군수에게 보낸 감사편지(오른쪽)와 김 군수의 답장(왼쪽).
영어마을에서 영어체험을 하고 돌아온 학생들이 김문오 군수에게 보낸 감사편지(오른쪽)와 김 군수의 답장(왼쪽).

대구시내 8개 구'군의 올해 본예산에 편성된 교육경비를 살펴보면 달성군이 36억4천만원으로 동구의 3억2천800만원에 비해 10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 21억3천600만원, 수성구 20억6천900만원, 달서구 19억4천만원, 서구 14억3천800만원, 북구 11억6천900만원, 남구 5억4천400만원 순이다.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월등히 많은 수성구나 달서구가 지원하는 직'간접 교육 경비가 각각 20억원, 19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볼 때 달성군의 남다른 '교육 사랑'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달성군은 열악한 교육환경으로 지역 인재의 외부 유출이 심각했지만 교육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펼친 결과, 폐교 위기였던 농촌 학교들이 도시에서 전학을 오는 학교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군내 초'중학생 전원 원어민 영어체험 지원

지난 1월 김문오 달성군수 앞으로 알록달록한 편지지에 깨알 같은 내용으로 써내려간 몇 통의 편지가 배달됐다. 대구경북영어마을에서 4박 5일 동안 영어체험을 하고 돌아온 화원읍 구라리의 천내중학교 학생들이 보낸 것이다.

편지의 요지는 대부분 달성군의 지원을 통해 무료로 영어체험을 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영어마을 내 은행과 병원, 식료품점, 호텔, 우체국, 경찰서 등 체험학습실을 돌면서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영어를 배우는 등 다양한 영어체험을 했다는 것.

또 '고등학생 때도 이 같은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영어마을 식당의 맛있는 반찬 등 음식이 지금도 그립다' '머리가 긴 원어민 선생님이 예쁘고 친절하게 잘 가르쳐 주었다'는 등의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빼곡히 담고 있었다.

천내중학교 2학년 권다솜 양은 "외국인과의 기본적인 인사는 문제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원어민을 맞닥뜨리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체험 마지막 날에는 자신감이 생기고 외국인과의 간단한 대화는 자연스레 이뤄져 놀랐다"고 적었다.

뜻밖의 편지를 받은 김 군수는 "학생들이 보낸 편지에는 한 사람 한 사람마다 진정성이 담겨 있었다. 학생들이 보고, 듣고, 느낀 체험 내용 모두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학생들의 영어마을지원사업을 정말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학생들 개개인에게 답장을 보냈다"고 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교육비를 지원하는 지자체

달성군은 지역 내 취약한 교육환경을 극복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11년부터 초등학교 5학년 전원과 중학교 2학년 전원을 대상으로 영어체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초등학교 4∼6학년생을 대상으로 체험교육을 진행하는 데 반해 달성군은 중학생까지 확대한 것이다. 연간 교육비 전액(13억9천만원)을 군에서 지원하고 있다.

달성군의 글로벌 인재 프로그램에는 매년 초등학생 1천800명, 중학생 2천 명이 참가하고 있다. 올해까지 5년간 참가 인원은 1만9천여 명에 이른다.

학부모 김화숙(42) 씨는 "영어마을에서 딸아이의 체험수업을 직접 참관했다. 평소 아이가 소심해 잘할지 걱정했는데 자신 있게 영어로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대견함을 느꼈다. 좋은 영어교육 기회를 마련해 준 달성군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달성군 정책사업과 나태연 교육정책 담당은 "달성군은 원어민 영어체험학습 지원사업과 함께 지난해부터 영어교육진흥조례까지 제정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등 어느 지방자치단체보다 글로벌 영어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달성군 내 각급 학생들의 학력이 눈에 띄게 신장한 배경에는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 경비 지원이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특히 달성군은 군내 전체 51개 초'중'고등학교 학생 2만4천여 명을 대상으로 학생 급식용 쌀 구입비 5억5천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기준은 일일 1식, 급식 기준일은 185일이다. 학생들에게 공급될 급식용 쌀은 지역에서 생산된 우수 일반미 2개 품목으로 급식의 질 향상과 지역 농산물 소비 촉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달성군은 지난 2008년 대구시 산하 구'군 최초로 지역 내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급식 식품비 지원에 나선 가운데 지난 2009년부터 초'중'고등학교로의 단계적 확대를 가져왔다. 지원 규모도 첫해인 2008년 2억1천700만원이던 것이 올해는 5억5천만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달성군은 학교 급식비 지원을 비롯해 학교 시설 및 환경개선 사업, 원어민 영어교실, 영어마을 체험학습, 방과후 학교 운영, 달성인재양성 등 20여 개 사업에서 올해 예산은 무려 76억8천만원에 이른다. 직접적인 교육경비가 42억4천만원, 평생교육경비 19억1천만원, 도서관경비 10억3천만원 등이다.

◆장학금 천국-노블레스 오블리주

요즘은 대학교 등록금이 너무 올라 200만~300만원씩의 장학금은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시골 학생들의 경우, 부모 신세를 좀 덜 지고 공부하려면 적어도 500만원은 돼야 하지요. 이마저도 겨우 한 학기 등록금에 그칠 뿐이지요."

달성군이 읍'면마다 장학재단을 설립, 청소년 학업 지원과 인재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군내 모든 읍'면에 장학회가 설립된 것은 전국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달성군 내 장학회는 달성장학재단, 9개 읍'면 장학회, 3개 외부 장학회 등 13개에 이른다. 전체 장학기금 규모는 군에서 운영하는 달성장학재단 85억6천400만원을 포함해 총 345억1천600만원에 이른다. 게다가 화원농협을 비롯한 9개 읍'면 농협도 자체 장학회를 통해 매년 조합원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재단법인 달성장학재단은 지난 6월 올해 장학생으로 선발된 109명에게 장학금 1억8천700만원을 지급했다. 대상자는 예'체'기능 특기생(초중고) 27명, 고등학생 16명, 대학생 54명, 특별장학생 12명(기존 선발자 5명 포함) 등이다. 지난 2000년 설립된 달성장학재단은 지금까지 총 2천315명에게 25억9천600만원을 지급했다.

달성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문오 군수는 2010년 취임 이후 줄곧 교육정책에서 손을 놓지 않고 있다. 김 군수가 지금까지 재임하는 과정에서 여유만 있으면 기금을 출연한다. 이에 따라 현재 장학기금은 85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탄탄해졌다.

김 군수는 "달성장학재단의 경우 2012년 이후 달성군이 자체적으로 거의 해마다 기금 출연을 추가해 오고 있다"며 "여기에다 농협 등 외부 기관에서도 기금을 보태는 등 지역의 인재 양성에 자발적 동참이 이뤄져 다른 지자체들이 부러워할 정도"라고 했다.

◆조부-부친-손자, 대를 이은 장학사업

9개 읍'면별 장학재단 가운데 가창면의 '이우장학회'가 단연 으뜸이다. 이우장학회는 이공계 분야 우수 대학생 2명에게 각 1천만원씩을 준다. 또 4년제 대학생 40여 명에게는 각 500만원씩 안기는 등 매년 2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쏜다. 면 단위 시골에서 그야말로 '통 큰' 장학재단이다.

달성군 가창면 출신으로 반월공단에서 피혁공장을 운영해온 여우균(2014년 작고) 씨가 지난 2002년 11월 사재 10억원을 출연해 이우장학회를 설립했다. 2011년 20억원을 비롯해 수차례에 걸쳐 증자, 현재까지 총 171억원의 장학기금이 쌓였다. 현재는 아들인 승태 씨가 장학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우장학회의 '이우'(伊友)는 초대 이사장인 여우균 씨 선친의 호에서 따왔다. 현재 여 이사장의 조부인 여상지 선생은 1942년 달성군 가창면 정대리에서 직접 목재를 구해와 건물을 짓고 보통학교 과정의 국어강습소를 세워 후학들을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우장학회는 조부와 부친, 손자에 이르기까지 대를 잇는 장학사업을 펼치고 있다.

◆보은의 장학재단, 아들 이름딴 '재훈장학회'

달성군에서 손꼽히는 또 하나의 장학회는 현풍면의 '재훈장학회'다. 한 기업인의 애틋하고 남다른 자식 사랑이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초석이 됐다. 장학사업은 올해로 17년째 이어지면서 이제 지역의 인재를 길러내는 요람이 됐다.

달성군 현풍면 현금입출금기 전문제조업체인 대아하이테크㈜ 최경태(63) 대표이사.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고려대학교 재학 당시 4년 내내 각종 장학금을 받았을 정도로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다. 온갖 시련 끝에 기업을 일으켜 세운 최 대표는 '자신의 성공은 학비를 보태준 모교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데 생각이 미쳤고, 직접 장학사업에 뛰어든 것.

장학사업의 시작은 2000년이었다. 최 대표는 아들 재훈(37) 씨가 서울대에 합격하자 3천만원의 장학기금을 마련해 모교인 대구 대건고에 내놨다. 최 대표는 이왕 펼쳐놓은 장학사업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에 2006년 2월 아들 이름을 딴 '재훈장학회'를 설립했다.

최 대표는 "내 자식만 귀한 게 아닙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 모두가 국가의 동량으로서 소중한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장학재단의 몸집을 좀 더 키워볼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재훈장학회는 이후 수혜 학교를 현풍고, 포산고, 화원고, 다사고 등지로 늘리는 등 지금까지 1천800여 명에게 7억6천2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아들 재훈 씨는 6'4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의원으로 당선돼 지역 발전을 위해 뛰고 있다.

이처럼 달성군에는 화원읍(화원장학회), 논공읍(효천장학회), 다사읍(다사장학회), 가창면(이우장학회), 하빈면(정목장학회), 옥포면(경복장학회), 현풍면(현암장학회), 유가면(청담장학회), 구지면(구지장학회) 등에 9개의 장학회가 설립돼 지역 인재 양성을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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