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구의 서울생활, 어떻습니까?]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

입력 2016-11-14 04:55:05

"현금 덜 쓰이는 시대…디지털 통화·블록체인으로 승부수"

기획예산처, 기획재정부 등 재정'예산'기금 분야에서만 30여 년 몸담아오다 2014년 4월 한국조폐공사에 부임한 김화동(60) 사장.

경북 군위의 산골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행정고시를 거쳐 공직생활을 하면서 그가 꾸준히 실천해온 생활신조나 철학은 '자강불식'(自强不息), '절차탁마'(切磋琢磨)다. 그는 말 그대로 쉼 없이 꾸준히 갈고 닦으면서 성실히 노력해온 '모범적인 공직자'다. 그 대표적인 실천력이 '꾸준한 책읽기'다. 평소에 늘 책을 가까이하고 주말이면 반드시 1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 경영혁신과 자기계발서, 중국 고전과 문학 서적 등이 그가 주로 읽는 분야다.

책 내용 중 주요 대목은 반드시 자신의 '메모 카드'에 기록해 놓고 있다.

그는 "책읽기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갖는 습관 중에서 가장 좋은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후배나 직원들에게 최고의 습관으로 '책읽기'를 종종 권한다"고 말했다.

그는 글을 쓰거나 강연할 때 '메모 카드'를 활용하고, 사업 아이디어도 그 카드에서 얻을 때가 많다.

그의 성실함은 조폐공사에 취임한 뒤에도 성과로 반영됐다. 그가 취임할 당시 5만원권 발행 영향으로 화폐 제조량이 급감하고, 우즈베키스탄의 자회사인 펄프공장이 5년 연속 적자를 내는 상황이었다. 그는 복사본을 인지할 수 있는 '보안용지'를 개발해 100여 개 기관에 보급하고, 순도와 중량에 신뢰성을 담보한 골드바(금괴) 판매를 크게 확충하는 등 경영혁신과 신사업 확장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펄프공장이 흑자로 돌아섰고, 2014년과 2015년 정부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연속 A등급을 받으며 기염을 토했다. 김 사장으로부터 조폐공사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들었다.

-조폐공사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우리나라 지폐와 동전 등 화폐를 제조하는 일이 주 업무다.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대다수 국가가 지폐와 동전을 분리해 제조하는데, 우리나라는 조폐공사에서 함께 만들어낸다는 특징이 있다. 수표, 수입증지, 우표 등 돈과 유사한 가치를 지닌 상품도 만들어낸다.

-조직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경북 경산에 지폐와 동전, 훈장을 만드는 화폐본부(직원 650명)가 있고, 충남 부여에 제지공장, 대전 테크노밸리에 ID 제품 공장, 우즈베키스탄에 자회사인 펄프공장이 있다. 대전 조폐공사 본사의 기술연구원을 포함해 전체 직원이 1천500명가량이다.

-화폐 이외에 어떤 것을 만들어내나.

▶주민등록증, 여권, 공무원증 등 국가 ID카드도 만든다. 약 10년 전부터 국가 운영에 중요한 신분증을 만들어내고 있다. 여권은 1년에 400만 개를 만든다.

-민간이나 외국을 상대로 한 업무는.

▶일반 기업의 사원증, 백화점 상품권,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등도 제조한다. 상품권의 경우 10년 전부터 국내 주요 백화점의 95%를 우리 공사가 공급한다.

외국 수출품의 경우 40년 동안 여러 나라의 동전을 제작, 공급해오고 있다. 또 위'변조 방지 요소를 넣어 만든 중간단계의 지폐를 중국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우리가 공급한 중간재 화폐는 해당 국가에서 자국을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 등을 삽입해 완성한다. 2년 전에는 페루에 50솔 단위 완성된 지폐 1억600만 장을 주문받아 납품하기도 했다. 지폐에 사용되는 은행권 용지도 일부 수출하고 있다. 조폐공사의 연간 매출이 4천500억원가량 되는데, 이 가운데 해외를 통한 매출은 7~8%에 달한다.

-공사의 핵심 경쟁력은 무엇인가.

▶위'변조 방지 기술과 디자인이 핵심이다. 또 잉크와 종이 질도 외국이나 민간에 비해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 100달러, 일본 1만엔, 한국 5만원권 지폐를 살펴보면 각각 22가지 위'변조 방지 기술이 들어가 있다. 우리는 그중 홀로그램과 은선(모션 은선)을 제외한 20개 기술을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다. 홀로그램과 은선은 각각 일본과 미국의 민간기업이 특허를 갖고 있기 때문에 수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안용지'를 개발해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보안용지의 경우 복사를 하면 복사본 표시가 나타나도록 한 종이다.

상품권도 10만원부터 100만원까지 다양한 종류를 외국에서 수입해오다 위'변조 방지 기술과 디자인 등 기술력을 갖추면서 10년 전부터 민간에서 조폐공사로 제작 의뢰가 들어온다. 조폐공사의 기술력을 종합적으로 볼 때 세계 5위권 안에 든다고 볼 수 있다.

지폐를 만들 때는 종이 질과 잉크도 품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5년 전 자회사인 펄프공장을 우즈베키스탄에 설립했다. 여기서는 면화에서 만든 펄프로 종이를 만들기 때문에 질이 좋다. 그곳에서 만든 펄프를 국내에서 20% 사용하고, 나머지를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잉크도 경북 경산의 화폐본부에서 직접 생산해 일부는 사용하고, 수출도 하고 있다.

-신용카드, 모바일 카드 등 전자화폐를 통한 결제가 늘어나면서 '현금 없는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 어떻게 보나.

▶사실이다. 신문사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어려워지듯 돈 대신 신용카드 등을 많이 쓰면서 10년 전부터 동전이나 지폐 생산량이 꾸준히 줄고 있다. 또 5만원권 지폐가 나오면서 1만원권 지폐 생산량이 대폭 줄었다.

'현금이 덜 쓰이는 사회'를 맞아 디지털 통화, 블록체인(가상 화폐 거래 시 발생 가능한 해킹방지 기술) 등 현금 대체 수단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로 새 사업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의 생존 전략은.

▶화폐 생산 감소 추세를 막을 수는 없다. 대신 변신해야 한다. 지속 경영이 가능한 기업을 실현하려고 한다.

경쟁력이 높은 위'변조 방지 기술의 활용도를 높이고, 주화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 생산을 통해 사업 다각화를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위'변조 방지 기술을 민간기업에 개방해 일종의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또 주화 기술을 동전 제조에만 적용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상품을 개발하는 데 적용해 수출을 활성화함으로써 활로를 개척할 것이다.

-최근에 개발한 아이디어 상품은.

▶골드바(금괴)가 대표적이다. 2년 전부터 노력해 국내시장에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금이나 귀금속은 음성적인 거래로 세금을 내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골드바를 양성화해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투명성을 확보했다. 또 골드바의 순도와 중량에 대한 신뢰성을 높였다. 특히 다른 곳에서 모방해 생산할 수 없도록 골드바에 기술마크를 넣음으로써 복제 방지 효과도 가져왔다. 3년 전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는데, 연간 매출이 800억~900억원가량이다. 순도와 중량 정확도, 투명성, 신뢰성 등이 높기 때문에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나 특성을 담은 메달도 최근 개발해 국내외에 보급하고 있다. 백두산 호랑이, 안동 하회탈, 봉산탈 등을 메달화해서 수출에 나서고 있다.

손톱깎이세트나 화장품에 정품인증을 새겨 넣은 기술도 국내 기업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인증을 새긴 제품을 중국 등지로 수출할 때 모방이나 가짜(짝퉁) 제조 등이 어렵기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의 피해를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

-사회에 공헌하는 역할이 있나.

▶대표적인 것이 대전 본사의 화폐박물관이다. 조폐공사가 직접 건립해 관리하면서 시민들이 무료로 관람하고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의 위'변조 방지 기술을 중소기업에 무료로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보급함으로써 중소기업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특히 각종 상품권이나 카드, 제품 등이 우리 기술을 통해 위'변조나 복제 등으로부터 보호받으면서 국민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공사는 해마다 꾸준히 인력을 채용하면서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일부 기여하고 있다.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1956년 경북 군위 출생

▷경북 군위초'대구 경상중'경북고 졸업

▷영남대 법학과 졸업

▷행정고시 24회

▷기획예산처 경제기금과장'기금제도과장'기금총괄과장'산업재정기획단장

▷기획재정부 재정정책국장'FTA국내대책본부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임위원

▷한국조폐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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