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나선 대구 시민들…동네 골목까지 밝혔다

입력 2016-11-13 18:59:32

주말 대구 집회, 동성로 2천여명 몰려들어 "하야하라" "대통령 퇴진"

12일 오후 대구 동구 율하동 주민 200여 명이 촛불과 피켓을 든 채
12일 오후 대구 동구 율하동 주민 200여 명이 촛불과 피켓을 든 채 '박근혜 하야' 구호를 외치며 아파트 단지 곳곳을 행진하고 있다. 이날 서울에서 100만 인파가 운집해 집회를 여는 동안 영천, 경주, 포항 등 지역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2일 서울에서 100만 명이 운집한 대규모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가 열린 가운데 이날 대구 도심 곳곳에서도 '박근혜 퇴진' 집회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4시부터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는 한국민예총 대구지회가 주최한 '박근혜 퇴진 시국문화제'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시민은 주최 측 추산 2천여 명(경찰 추산 500명)으로, 오후 8시까지 4시간가량 집회가 이어졌다.

주최 측이 'A4지로 누구나 하는 데모'라는 이름으로 설치한 약 70m 길이의 게시판에는 시민들이 박 대통령에 쏟아내는 말을 적은 수천 개의 종이가 붙기도 했다. 종이에는 '하야하라', '박근혜 퇴진' 등과 함께 '알파고=인공지능, 박근혜=원격조종', '얘들아 공부 좀 해라, 공부 안 하면 대통령 된다' 등 현 상황을 조롱하는 문구와 답답한 시민들의 마음을 표출하는 듯한 욕설이 나붙기도 했다.

집회에 참가한 정형욱(45) 씨는 "애초 대구에서는 12일 집회가 없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들과 함께 동성로를 나왔는데 집회가 진행돼 다행이다. 우리 아이들이 나라다운 나라에 살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 집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동구 율하동 반계공원에서도 이날 오후 6시부터 정의당 대구시당 주최로 '촛불문화제'가 열려 인근 주민 1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국민이 주인이다', '박근혜 하야하라'를 외치며 인근 아파트 단지를 행진했다.

뉴스화면이나 SNS 상으로 서울시청 광장의 집회를 접한 시민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냈다. 특히 100만 명(주최 측 추산)에 달하는 시민들이 모여 평화적인 모습으로 집회에 참가하는 모습에 '가슴 뭉클하다' 등의 반응이 많았다.

대학생 이모(24) 씨는 "토요일 저녁이라 평소 같으면 친구들을 만나서 술자리를 했겠지만 SNS를 통해 현장 상황을 라이브로 계속해서 지켜봤다. 100만 명이 모여 평화로운 집회를 하는 모습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집회 이후 쓰레기를 정리하는 등 시민의식을 칭찬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서울시청 광장 집회에 참가했다는 한 누리꾼은 "자신이 버린 쓰레기가 아니더라도 쓰레기가 눈에 띄면 치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집회 도중 쓰러지는 분들도 있었는데 구급차에게 '모세의 기적'처럼 길을 터주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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