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CHECK] 아주 친밀한 폭력

입력 2016-11-12 04:55:02

아주 친밀한 폭력

정희진 지음 / 교양인 펴냄

한국 여성 대부분은 일생에 적어도 한두 번 이상 애인이나 남편에게 폭력 피해를 당한다. 그러나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폭력을 당하는 여성 중 실제로 얼마나 많은 수가 사망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통계 자료도 없고, 자살, 사고사, 실종으로 처리되는 죽음이 많기 때문이다. 언론에 보도될 정도로 '끔찍하게' 죽거나, 맞아서 죽기 전에 남편을 죽여야 비로소 '보이게' 된다.

저자는 이렇게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는 거대한 폭력, '아내 폭력'이라 불리는 아주 친밀하고도 낯선 폭력의 실상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우리 사회의 성 차별적 인식을 낱낱이 고발한다. 이 책은 '아내 폭력'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 사회 구조의 문제이며, 여성과 남성의 관계가 계급 관계보다 더 근본적인 권력의 문제임을 입증한 연구서이다.

저자는 남성 중심 사회가 결혼 제도를 통해 어떻게 여성의 정체성을 시민'개인'인간이 아니라 아내'며느리'어머니라는 역할로 이전시키고 남성의 기득권을 유지하는지를 설명한다. 따라서 이 책은 매 순간 인간으로서 '권리'와 아내'며느리'어머니로서 '도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들을 위한 현실적인 페미니즘 입문서이다. 28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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