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보호무역 파고 거세진다…한미FTA 재협상 추진 우려

입력 2016-11-09 16:43:48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9일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한국·미국 간 통상·무역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드러내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재협상을 일관되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꺾는 '대이변'을 일으킨 데는 자유무역주의에 피로감을 느낀 미국인들의 지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나 트럼프는 집권 초기 극단적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드러낼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섬유·의류나 자동차부품 등의 분야에선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공공인프라,석유·가스,항공방위,의료·제약 등 일부 분야는 관련 시장이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 기회도 그만큼 많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

한미FTA 도마 위로"한미FTA는 미국 내 일자리를 좀먹는 협상(Job Killing Deal)이다."트럼프는 오하이오주(州) 콜럼버스 유세 당시 한미FTA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에서 알 수 있듯 트럼프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하며 미국이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해왔다.

코트라(KOTRA)는 9일 내놓은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정책 방향 전망과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는 기체결한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재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폐기를 공약했다.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중국에만 도움될 최악의 협정"이라는 시각을 가지고 있는 만큼 비준에 난항이 예상된다.

코트라는 "트럼프 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멕시코산 자동차에는 35%의 관세를 물게하고 국경 장벽 건설비용을 청구하는 등 규제의 벽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먼저 타깃이 되는 건 한미FTA다.

트럼프는 한미FTA를 미국 내 10만 개의 일자리를 앗아간 조약으로 규정하며 재협상 의지를 밝혔고,핵심 측근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과 왈리드 파레스 외교 고문도 트럼프 집권 시 한미FTA를 원점에서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다수의 전문가는 트럼프 정부가 FTA 폐기를 협상 카드로 내밀며 재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최근 들어 가뜩이나 높아진 수입규제 장벽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미국의 종합무역법에 따라 보복조치를 행할 수 있도록 한 특별법인 '슈퍼 301조'를 부활시켜 다른 나라의 무역장벽에 대한 강력한 보복조치를 취하거나 122조의 국제수지 위기 조치를 활용해 모든 수입품에 150일 동안 15%의 관세를 부과 등의 배타적 정책을 펼 가능성 등이 제기된다.

그러나 트럼프의 극단적 정책은 집권 후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율조작,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해 강력한 조처하는 선에서의회와 타협하고 결국 안정적 국정운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통상정책은 중국과 멕시코(NAFTA)를 정조준하고 있어 한국과의교역 문제는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중국과 멕시코 대상의 고강도 무역제재 조치가 오히려 한국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자동차부품·섬유의류 '울상'

공공인프라·석유가스 등에는 기회코트라가 미국 현지 무역관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산업적 측면에선 분야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자동차부품이나 섬유·의류 등의 산업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그리 반길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포드자동차의 멕시코 공장 설립을 비판하고 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해외로 빠져나간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고 공언해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기 때문이다.

섬유·의류 산업은 무역적자 피해가 극심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대외 통상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프리미엄 청바지 브랜드 '허드슨 진'의 피터 킴 최고경영자(CEO)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저가 의류 시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되며 소비자 가격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또 다른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 대한 전략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지만,반이민 정책에따라 고학력·고숙련 노동자의 이민이 어려워지면서 실리콘밸리와 과학기술 관련 산업의 인력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기회 요인도 있다.

트럼프는 임기 동안 1조 달러의 공공인프라 투자를 공언했다.

공공인프라 재건은 건설업뿐만 아니라 철강,운송,건설 기자재 등 관련 분야의시장을 함께 키우고 대규모 공공지출이 소비자 지출로 이어지면서 자동차,가전,정보통신(IT),의류제품 등 일반 소비재 수요가 증가해 우리 기업에 호재로 작용할 수있다.

또 석유·가스산업 개발 찬성론자인 트럼프의 당선으로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해 온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의 정책이 전면 폐기되고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는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항공방위,의료·제약분야에서도 새로운 시장 창출이 기대된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방예산을 대폭 늘려 장병의 수를 540만명까지 늘리고 전투기,군함,미사일 방위시스템 현대화 등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것을 공약했다.

의료·제약 분야에서는 미국 공공보건 시스템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의약품 수입을 적극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해당 분야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우리 기업의 진출 기회도 확대될 수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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