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에 소환되면서 자신에게 불편한 질문을 한 기자를 노려 봐 여론을 들끓게 했다. 그는 국민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고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팔짱을 끼는 등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우 전 수석이 기자를 쏘아 본 모습에 빗대 '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마라'며 영국의 록 그룹 오아시스의 노래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를 내보냈다.
성난 얼굴을 할 사람은 우 전 수석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양식 있는 많은 국민의 몫이며 그들은 이미 성난 얼굴을 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과 부산, 대구와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30만여 명이 거리 시위에 나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대통령이 최순실 씨 등의 농단을 방치해 국정을 문란케 함으로써 통치 자격을 잃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에서 대통령의 권한 이양과 2선 후퇴 등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지만, 대통령은 이마저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 야당의 제안을 받아들이더라도 대통령 하야나 탄핵을 외치는 민심을 잠재우기가 쉽지 않은데 대통령은 권력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아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어이없고 부끄럽고 참담하다. 왕조 시대에 사리분별을 못하는 무능한 왕 주위에 환관들이 발호해 세상을 어지럽게 한 역사가 21세기 민주공화정 국가에서 재연되고 있으니 차마 믿기 어렵다. 성난 얼굴들은 국정 농단에 가담한 간신 같은 청와대 참모들과 최순실 일당, 이를 방치했던 무기력했던 청와대 참모들, 시종일관 대통령 감싸기에만 급급했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 친박 그룹, '정치 검찰'의 굴레를 벗지 못한 채 수사에 나선 검찰에게도 향하고 있다. 대선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던 언론도 반성해야 하며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전대미문의 국정 농단 사태는 검찰과 정치권 등이 제 역할을 다 해 실상을 낱낱이 밝히는 것만이 해결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의 준엄한 칼날을 피할 수 없다.
1956년, 영국의 극작가 존 제임스 오스본은 작품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경제난에 좌절한 영국 젊은이들의 울분을 반영했다. 이 시기의 '앵그리 영맨' 세대는 부조리한 사회를 향해 절규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헬조선'을 되뇌며 절망감에 빠진 젊은이들이 국정 농단 사태를 참지 못해 분노를 토해내고 있고 남녀노소가 세대 구분없이 동참하고 있다. 성난 얼굴들을 어떻게 가라앉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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