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길상사 주지 혜광 스님 "참된 자비는 사회 속에 있죠"

입력 2016-11-09 04:55:01

강원도 홍천 장애인복지관 운영…형원장학회 설립 학업 뒷받침, 천주교와 음악회 공동 개최

산중에 머물러 있지 않고 사회 속으로 뛰어들어 희생과 나눔을 실천하는 승려가 있다. 바로 경주 길상사 주지 혜광(61) 스님이다. 입가에 미소를 달고 사는 스님은 성직자로서 나눔의 봉사와 희생을 강조한다. 그것이 바로 사회에 이바지하는 한 부분이자 사람의 기본 도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더욱더 사회를 위해 베풀며 살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스님 또한 스스로 희생과 나눔을 실천하는 데 게으르지 않다. 현재 강원도 홍천에서 장애인복지관 운영위원장을 3년째 맡아 봉사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포항교도소 교정위원, 포항경실련 비상대책위원장 등으로 사회 참여도 활발히 하고 있다. 또 무료급식 봉사와 함께 스님이 직접 만든 장학회를 통해 중'고'대학생들의 학업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스님이 지출하는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일반 신도들은 그 많은 재원을 어떻게 충당하는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스님을 가까이서 지켜본 신도들은 알고 있다. 스님이 출가 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제법 넉넉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혜광 스님은 "내가 가진 재산은 내 것이 아니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는 재물에 불과하다"면서 "성직자가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데 앞장서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고 말했다. 지금의 길상사도 스님이 창건했지만, 조계종에 귀속시켰다. 내 것이 아닌 부처님의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스님이 최근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장학회 활성화다. 8년 전 만든 '형원장학회'에 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해 장학금 수여 폭을 확대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은 스님 자비로 혼자 운영하다 보니 연간 5명에게만 장학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뜻을 함께하는 회원들이 많아져 더 많은 학생이 혜택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스님은 또 종교 화합을 강조한다. 종교 화합이 사회갈등 통합의 기본이 된다고 믿고 있다. 스님은 현재 포항불교총연합회 부회장 겸 사무총장을 맡고 있으면서 천주교와 음악회를 공동 개최하는 것도 빼놓지 않고 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 4대리구 교구장 대리신부와도 각별하게 지낸다고 귀띔했다.

차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는 혜광 스님은 1986년 고불총림 백양사에서 방장을 지낸 수산 지종 스님을 은사로 불교에 귀의했다. 이후 부여 고란사와 논산 관촉사 등의 주지를 역임했다. 스님은 내년 7월 다시 관촉사 주지로 재부임할 예정이다.

혜광 스님은 "서로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내려놓고 한 발자국씩 양보한다면 우리 사회 갈등이 줄어들고 한층 밝아질 것"이라면서 "나부터 희생하는 정신을 갖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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