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화 칼럼] 국정 중단을 원하나

입력 2016-11-07 04:55:02

분노한 민심 하야 시위 충분 이해

巨野, 민심 앞세워 권력놀이 금물

김병준 책임총리로 조속 수습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담화문에서 주변인에게 스스로 경계를 낮춘 '대통령의 불찰'에 달라붙은 국정 농단 의혹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하고 특검까지 수용하겠다고 했다.

같은 공간에서 이 담화를 지켜보던 60대 여성은 "악마 같은 X한테 당했다"며 울고, 같이 있던 30대 여성은 아직도 대통령이 불쌍하다며 우는 할머니가 있다는 충격에 빠졌다. 젊은 여성은 박근혜 대통령은 자질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고 차기 대통령감도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박 대통령의 자질 시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여야 후보가 빅매치를 펼쳤던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탁월한 대통령감이어서 당선됐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저 비통하게 부모를 잃고 약 20년 칩거를 거쳐 여성 정치인으로 거듭난 데 대한 동정심과 박정희 대통령의 피를 물려받았으니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로 끌어올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감 그리고 남북 대치 상황에서 안보관을 우선시하는 보수층 집결 등이 복합작용하면서 '87년 체제' 이후 첫 과반(51.6%) 지지로 연결됐다.

민주화 이후 역대 최고의 지지를 얻어낸 박 대통령이 국정 혼란의 중심에 서 있으니 참으로 민주화의 길은 멀고도 험한가 보다.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당선된 박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사적 인연에 얽매여 이런 사태를 초래했는지 검찰이 낱낱이 밝혀내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특유의 조급증과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혐의와 특정인 증언만으로 결론짓고 매도하는 여론몰이식은 곤란하다. 오로지 법과 정의에 따라 철저한 수사만이 정답이다. 투입 검사만 32명, 역대 최대급으로 꾸려진 특별수사본부가 소명의식을 갖고 독립적인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야 한다.

검찰이 수사에 돌입한 지는 이제 33일째다. 귀국한 최순실이 검찰에 출두(10월 30일)하고, 모든 것을 대통령께 떠넘기는 비겁한 왕수석 안종범과 자리에 연연하여 대통령 보좌를 제대로 하지 못한 문고리 권력 정호성이 구속(6일)된 지 겨우 하루 지났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대통령의 책임을 수사로 밝히는데 시간을 주어야 한다. 검찰은 이번에야말로 법과 민주적 절차를 따라 어떤 편도 들어서는 안 된다.

지난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모 야당 의원들은 어떤 증인을 향해 "내년에는 우리가 정권을 가져올 것이 확실한데, 증언에 책임질 수 있겠느냐"며 증인에게 겁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아직 권력을 잡지도 않았는데 증인을 겁박하고, 또 다른 야당 의원은 지역 이권에 개입하고, 유력 대선후보는 벌써 대통령이 된 양 권력 이양을 요구한다. 여긴 법도 없나?

그런 정치인은 필요 없다. 국민이 솎아낸다. 이제부터라도 정치 지도자들은 국정 중단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뛰어야 한다. 난파선 같은 새누리당은 집안 싸움에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지난 총선 공천에서 떨어진 인재나 낙선한 원외 당협위원장들까지 통합하여 일사불란한 구국의 목소리를 내야 하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지금과 같은 국가적 혼란을 수습하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수권 능력을 높여야 한다.

거리로 나서지 않는 대다수 국민은 언론이 폭로하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 큰 충격을 받고 허탈감을 느끼면서도 더 큰 정치 불안과 국정 중단을 원하지는 않는다. 잘못한 대통령을 용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대안없는 대통령 하야도, 법적 절차를 건너뛰고 권력 이양을 요구하는 것도 반대한다.

지금은 법적인 결과가 나오기란 시간이 걸리고, 지지율 5%로는 국정 수행이 어려우니 대통령은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를 책임총리로 못박는 결단이 시급하다. 거야(巨野)는 국정 중단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인사청문회를 통해 낙마를 시키든, 인준을 하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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