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포스코 본사 이전' 포항시 반성해야

입력 2016-11-04 04:55:02

포스코건설이 해외 수주 실패에다 정기적으로 수주하던 포스코 물량 이탈로 올 연말 포항 본사 인력 600명 가운데 500여 명을 인천 송도로 옮기려던 계획이 알려졌다. 포항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교통이 편리하고 서울과 가까운 인천 송도로 가면 해외 수주업무가 편리해진다는 이유로 본사 인력을 대거 빼간다고 밝혔지만, 이를 믿는 포항시민은 아무도 없다. 가만히 앉아서 2조원 가까이 벌어들이던 포스코 포항제철소 물량이 자본잠식에 빠진 포스코플랜텍 회생으로 빠져나가면서 더 이상 포항에서 돈벌이가 안 된다는 게 진짜 이유다.

또 경영진들이 엉뚱하게 되사들인 인천 송도에 자리한 텅 빈 사옥을 포항직원들로 메워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도 큰 이유다. 한마디로 빼먹을 거 다 빼먹은 포항은 포스코건설에 필요 없는 껍데기에 불과한 도시라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포스코건설이 포항과 포스코 그룹 간 신뢰를 저버리고 적게는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의 포항 인구를 이끌고 인천으로 올라가는데도, 포항시와 경북도는 이를 신문(본지 10월 26일 자 1면 보도)을 보고 알았다는 것이다.

포항시가 뒤늦게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 면담을 요청하며 붙잡기에 나섰지만, 이는 미봉책에 불과할 뿐 근본대책이 될 수 없다.

여러 이유로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가려는 포스코 그룹사를 잡기 위해선 포항이 우선 매력적인 기업투자처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포스코에 기대 먹고살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일례로 최근 포항시는 1천500억원을 들여 300m에 달하는 에펠탑 비슷한 규모의 타워(본지 10월 26일 자 10면 보도)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타워가 도쿄타워나 중국 동방명주처럼 방송송출용으로 건립됐다가 부수적 관광상품이 된 것도 아니고, 돈이 많아서 짓는 것도 아니기에 포항시를 제외하곤 모두들 의문을 보내고 있다.

포항시의 이 같은 확신은 포스코가 타워 짓는 데 들어가는 철강과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지원해줄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포항시는 예전부터 포스코에 기댈 생각부터 해왔다. 대형 사업을 펼칠 때면 어김없이 든든한 자금줄인 포스코에 기댈 생각을 먼저 해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역경제계 한 인사는"지금 포항시가 할 일은 포스코 그룹사가 돈 많이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야 그들도 이곳에 뿌리를 내리려고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도 저도 아니면 포항시 청사를 지은 현대건설이나 영일만항 대형사업을 딴 대림산업처럼 큰 기업을 데려와 포항에 포스코만큼 기여시키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7일 포스코건설 한찬건 사장이 이강덕 포항시장과 면담을 가진다. '상생'을 말하는 자리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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