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

입력 2016-11-03 04:54:59

박원순 "일방적인 개각 발표…국민과 촛불 들 것, 즉각 물러나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비선 실세 의혹과 이날 내각 발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비선 실세 의혹과 이날 내각 발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2일 공개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 ▷성역 없는 수사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대신 '깜짝 개각'으로 현 정국을 돌파하고자 한 데 따른 실망감의 표현이다.

안 전 대표는 2일 "더이상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라"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내정 등 개각과 관련, "제게 주어진 정치적 소명을 담아 비장한 각오로 선언한다"며 이같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어 박 대통령을 향해 "당신께 더 이상 헌법을 파괴할 권리,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을 권한, 더 이상 선조들의 피땀으로 일군 대한민국을 끌고 갈 명분이 없다"며 "저는 지금 이 순간부터 위대한 국민과 함께 정의를 되찾기 위한 그 길을 가겠다. 어떤 고난과 희생도 감수하고 정의를 위한 길에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개각에 대해 "국민께 헌법 파괴 사건의 죄를 고백하고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버젓이 총리를 지명했다"며 "대통령은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뒤에 숨어서 인사권을 행사했다. 이는 분노한 국민의 정당한 요구에 대한 모욕이자, 진실과 정의를 바라는 국민을 조롱한 폭거, 국회에서의 총리 인준 논란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얄팍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안 전 대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정치공작이나 작전으로 모면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저는 그동안 국정 붕괴 사태를 해결하고자 여러 가지 합리적인 수습책을 말씀드렸지만, 오늘 또 한 번 깊이 절망했다. 박 대통령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순실의 천문학적인 국고 횡령 음모에 박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고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을 앞세워 국가의 외교'정책'안보 예산을 사유화한 중대 범죄행위로, 박 대통령은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을 강탈하고 대한민국의 외교'안보를 위험에 빠트렸다"고 덧붙였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개각 발표 직후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전혀 반성하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에 또다시 분노하게 된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개각 명단을 발표한 것은 국민을 우롱한 처사"라며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 것이고 현재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이 모여 조직된 비상시국회의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박 대통령에 대한 하야 주장에 '공감한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동안 들불처럼 번지는 국민적 분노에도 헌정 중단은 안 된다는 이유로 대통령 하야를 직접 주장하지는 않았던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들이 잇따라 초강수인 대통령 하야를 요구함에 따라 정국은 더욱 소용돌이칠 전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엔 보수층 결집을 우려해 하야나 탄핵 언급을 자제했지만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보수층의 실망이 확인된 만큼 박 대통령을 향한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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