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국가 운영을 사적 업무화
뽑지도 않은 이가 장·차관 인사 결정
총선에선 공당을 私黨으로 만들어
원칙 어긴 일, 원칙대로 바로잡아야
"육 여사 빙의에 박근혜가 놀라 기절했다가 깨어났다. 육 여사가 내 입을 빌려 딸에게 나(최태민)를 따르면 좋은 데로 인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박근혜는 입신(入神'신들림)한 상태였다." 전기영(78) 목사가 최태민에게 들었다는 말이다. 대통령 영애의 영혼을 잠식해 들어가는 그의 모습은 일본 만화 속의 기생수를 연상시킨다. 기생수는 숙주의 뇌를 장악하여 그의 신체를 조종해 다른 인간들을 잡아먹는다.
얼마나 지독하게 잠식당했는지 독재자인 아버지도 말릴 수 없었다. 가족인 박근령'박지만 씨가 언니'누나에게서 그 기생수를 떼어 달라고 대통령에게 편지까지 썼지만, 언니'누나와 사이만 나빠지고 말았다. 이렇게 신앙의 문제로 가족과 척을 지는 것도 사이비 종교에 현혹된 이들이 흔히 보이는 증상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 문제가 불거졌을 때에도 기생수에 대한 믿음만은 버리지 않았다.
기생수는 죽으면서 숙주를 제 딸에게 넘겼다. 그 후 숙주는 기생수 2세에게 잠식당한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무리 믿는 사람이라도 주위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하면, 한 번쯤 의심해 볼 게다. 하지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정체가 만천하에 드러난 상황에서도, 대통령은 '좋은 일 하는 재단'이라느니, '기업의 사회적 기여'라느니 세간의 인식과 동떨어진 얘기를 했다. 최순실이 할 얘기를 대신 해준 것이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 일개 부처 과장의 인사에까지 관여하는가? 대통령은 그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 불렀다. 이건 누구의 판단일까? 당연히 제 딸 국가대표 만들려고 혈안이 된 기생수 2세의 판단이다. 이는 대통령이 초보적 가치판단조차 제 스스로 못 한다는 증거다. 기생수에 영혼을 잡아먹혀 버렸으니 입으로는 기생수의 말을 하고, 몸으로는 기생수의 일을 해주게 된 것이다.
기생수에 감염된 숙주가 졸지에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됐다. 그러니 나라 꼴이 성하겠는가? 숙주가 대통령이니, 나라 전체가 기생수에 감염될 수밖에. 이 기생수의 활동을 위해 청와대가 동원되고, 교육부가 동원되고, 문화부가 동원되었다. 기생수가 그 밖에 얼마나 많은 부처와 정책에까지 촉수를 뻗쳤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동계올림픽은 물론이고, 사드, 전투기사업, 개성공단 등 의혹은 확산 일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 규정한다. 공화국의 어원 '레스푸블리카'(res publica)는 '공적 업무'라는 뜻. 하지만 기생수에 감염된 대통령은 국가 운영을 '사적 업무', 기생수 가문의 '가업'으로 전락시켰다.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우리가 뽑지도 않은 이가 장'차관 인사까지 결정했다. 나라의 권력이 기생수에서 나오는 셈이다.
대단한 가문이다. 아버지는 헌정을 두 번 파괴했다. 한 번은 쿠데타로, 한 번은 유신으로. 그걸로도 성이 안 찼는지 딸이 또다시 헌정을 파괴한다. 누가 나라 꼴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용서하기 힘든 것은 기생수를 품은 숙주에게 '형광등 200개의 아우라'를 뒤집어씌운 보수 언론들이다.
지난 총선은 숙주가 대통령직을 떠날 때를 대비한 기생수의 노후 대책으로 치러졌다. '진실한 사람들'로 당의 물을 갈고, 그 물에 기름장어 한 마리 풀어놓고 '빨갱이가 나타났다'고 장구 치며 '우리가 남이가' 타령을 하면 장어가 용이 되어 승천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내대표를 내치고, 당대표까지 내쳐가면서까지 공당(公黨)을 기생수의 사당(私黨)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결국 당은 기생수 수준도 못 되는 기생충들의 풀이 되었다. 이를 '친박'만의 책임으로 돌리지 말라. 숙주는 대통령 후보로 새누리당의 공천(公薦)을, 즉 공적 추천을 받았다. 극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USB를 국가라는 컴퓨터에 꽂자고 추천한 책임은 친박-비박 모두에게 있다. 원칙을 어겨서 생긴 일은 원칙대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건 헌정 파괴다. 여야는 잔머리 굴리지 말고, 함께 대통령의 하야를 준비하라.
*사외(社外) 기고는 매일신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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