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 기록 없어도 사인 근거 명확하면 보험금 줘야"

입력 2016-11-03 04:54:59

소비자분쟁조정위 "돌연사 경우 임상학적 진단 폭넓게 인정한 것"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윤정석)는 돌연사한 환자가 MRI 등 뇌혈관질환 관련 정밀진단을 받지 않았더라도 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은 병을 앓고 있었다면 보험사가 사망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H손해보험에 가입한 피보험자 A(57) 씨는 지난해 9월 10일 갑자기 두통, 어눌한 말투, 편마비 증상이 발생했다. 119를 이용해 병원에 이송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MRI나 CT 촬영을 하지 못한 채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으나 끝내 사망했다. 담당의사는 A씨의 직접사인을 '뇌혈관질환'으로 추정한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A씨가 사망 시 MRI나 CT 등 정밀진단을 시행하지 않았고, 생존 시 뇌혈관질환 관련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사실이나 기록이 없는 점, 생존 시 협심증 치료를 받은 적이 있어 심장병의 악화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A씨 유족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뇌출혈 또는 급성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사망해 MRI 등 정밀진단이 불가능한 경우 관련 질병의 치료 사실이 있으면 임상학적 진단을 인정하는 손'생보 공통 표준약관을 확대 적용, 보험사에 보험금 2천만원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A씨는 혈액종양(혈소판 증가증)과 협심증 등 두 가지 질병을 앓았는데 혈액종양은 치료 과정에서 뇌출혈 가능성이 높은 점, 사망 당시 혈소판 수치로 볼 때 뇌병변 가능성이 높다는 주치의들의 소견이 조정 결정의 주된 근거다. 아울러 돌연사의 경우 사망 증세에 대해 유족 진술 외 다른 증빙 자료를 갖추기 어려운 점, 유족 진술이 허위라고 볼 근거가 없는 점, 담당의사가 직접사인을 급성 뇌혈관질환으로 추정한 점 등도 근거로 들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측은 "돌연사한 피보험자에 대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치료나 진단도 임상학적 진단의 근거로 폭넓게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한 것"이라며 "보험사가 유족에게 입증의 부담을 지우던 관행에 제동을 걸고 개선 필요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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