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지킬까, 빠질까…대구 초선의원 '멘붕'

입력 2016-11-02 04:55:02

지지율 추락한 박근혜정부 침몰 "착잡한 심정 넘어 서글픔 밀려와"

임기가 1년 3개월이나 남은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으로 국정 운영 동력을 상실하자 친박계 인사들이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깨끗한 정부' '친인척 비리 없는 정부'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박근혜정부가 '최순실 게이트'로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도왔던 대구경북(TK) 출신 참모진과 정권 창출의 본산인 지역 국회의원들의 상실감은 더욱 크다.

대구의 한 초선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TK 시도민이 '80% 투표율, 80% 득표율'로 당선시켰던 '우리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뭇매를 맞는 상황은 차마 눈뜨고 보기 민망하다"며 "착잡한 심정을 넘어 서글픔까지 밀려온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의 침몰을 바라보는 TK 의원들의 심경이 더욱 복잡한 이유는 박근혜정부의 성적표가 자신의 정치적 미래와 직결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의 친박계 초선의원들은 이른바 '존영 논란'까지 야기하며 스스로를 '진박'으로 규정했다.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대로 추락함에 따라 TK 친박계 의원들이 약속대로 박 대통령 경호에 적극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친박계 후보들이 유승민 무소속 후보를 몰아세우면서 했던 공격의 핵심은 '배신'이었다"며 "힘 있는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것보다 힘이 빠진 대통령을 나 몰라라 하는 태도가 더 큰 배신이라는 점을 TK 의원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박 대통령에 대한 지역 민심이다. 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대구경북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난달 28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에 대한 TK 지지율은 19%로 주저앉았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말이 있다"며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을 '묻지 마 지지'에 대한 대답으로 들은 지역민들이 지지를 유지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선 대구경북 의원들이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각자도생의 길로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권을 중심으로 정국 타개를 위한 수습책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국정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해 있어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특히, 구체적인 수습책을 두고 여당과 청와대의 이해가 엇갈리고 있는 점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여권 관계자는 "'선거의 여왕'으로 새누리당(한나라당)을 몇 차례나 위기에서 구한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하는 여당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대통령이 너무 큰 상처를 입어 함께 가기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당내 일각에선 현직 대통령을 밟고 넘어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비박계 한 중진의원은 "불통으로 일관해 오다 상상치도 못한 큰 사고를 쳐 차기 정권 재창출에 재를 뿌린 대통령을 얼마나 예우해야 하느냐"며 "대통령은 2선으로 물러나고 거국내각 구성으로 현 정부에서 새누리당 색을 지운 후 대선에 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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