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아, 장난감 줄 테니 밖으로 나오너라." "아버지, 장난감이 어디 있어요? 장난감 주세요."
불교 경전 법화경의 '불난 집 세 수레'(火宅三車)에 나오는 이야기다. 집에 불이 났으나 아이들이 노는데 정신이 팔려 나올 생각을 않자 애가 탄 아버지는 양과 사슴, 소가 끄는 세 가지 장난감 수레를 줄 테니 집 밖으로 나오라고 해 아이들을 구한다. 비유가 적절치는 않지만 지금 최순실 사태로 뒤집힌 나라 꼴을 보면 마치 경전 속 불난 집과 다름없다.
최 씨의 불질로 대한민국의 집이 활활 타는 모양새다. 그러나 불을 끄거나 자식을 구하려 장난감 수레 같은 지혜를 제시하는 이는 없다. 모두가 그저 구경꾼일 따름이다. 특히 싸움질의 정치권이 그렇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여야는 머리를 맞대 불을 끄고 사태를 수습할 슬기로움을 모으기보다 최 씨 사태가 앞으로 가져다줄 이해득실을 따지며 주판알을 튕기는데 더 골몰하는 꼴이다. 국민들 눈에는 불난 집에 부채질이 아닐 수 없다.
하기야 우스갯소리지만 불구경은 싸움 구경과 함께 소위 3대 구경거리라고 하지 않는가. 불구경꾼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볼거리가 생긴 셈이다. 물론 신나는 불구경 뒤에 남는 것은 잿더미와 타다 만 뼈대뿐이겠지만 말이다. 불난 집에서 먹을 것을 동냥하던 거지가 당장 구걸할 곳이 없어질 것을 걱정해 불 끄러 달려가기보다 불구경에 정신이 팔려 아들 거지에게 "우리는 집이 없어 불 걱정 없다"며 만족하듯이.
우리 정치인들에게 불구경 뒤까지 기대하는 일은 무리인지도 모른다. 대선에 나서려는 일부 정치인의 발언과 행동은 더욱 그렇다. 나라 밖에서는 외신들이 보도하는 것처럼 지금 불은 흥미진진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불행과 추락은 다른 나라에게는 행운과 비상의 기회가 될 수도 있어서다. 나라 밖에서 불을 꺼줄 까닭도 없다. 그냥 즐기면 될 뿐이다. 경쟁의 국제사회는 그런 곳이니까.
그렇지만 불 속 국민은 고통스럽기만 하다. 이제 남은 일은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를 위한 고독한 결단이다. 검찰의 의혹 수사 협조와 거국중립내각의 구성이다. 대통령은 마침 최근 청와대 권력을 멋대로 휘두르며 최 씨 사태까지 부른 우병우'안종범 전 수석과 소위 '문고리 3인방'이라는 이재만'정호성'안봉근 전 비서관까지 내친 마당이다. 나라 위해 망설일 까닭이 없다. 이는 가보지 않은 첫 여성 대통령의 길을 걸은 박 대통령에게 또 다른 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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