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인재 지방에서도 공급받아
日 기업들 도쿄로 본사 이전 드물어
지방대학 육성'정주 여건 개선 통해
좋은 기업 유치, 인력 지속 공급해야
독자위원회 참석으로 한 달에 한 번 대구로 내려간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KTX 안은 언제나 설렘으로 가득하다. 대구를 떠난 지 어언 30년, 아직도 이런 마음이 남아 있는 것은 내 뿌리가 여기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쿠팡의 대구물류센터 유치는 환영할 만하나 지난달 26일 자 포스코건설의 인천으로의 본사 이전 소식은 가히 충격적이다. 지면을 빌려 몇 번을 얘기한 적이 있다. 대구경북이 기업 하기 좋은 도시가 되지 않으면 역외기업 유치는커녕 있던 기업도 떠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855만㎡의 대구국가산단에는 롯데케미컬의 멤브레인 공장 하나, 727만㎡에 달하는 대구 테크노폴리스에는 현대커민스가 부도난 후에 현대중공업 로봇사업부가 온다는 것 외에 역외 대기업의 유치 실적은 전무하다. 더욱 초라한 것은 378만㎡의 경산지식산업단지와 179만㎡의 수성의료지구는 역외 대기업 유치 소식조차 들을 수 없다.
대구는 삼성상회의 모태 도시지만 지금은 삼성의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가 뭘까? 곰곰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반면 일본의 교토와 오사카 근교에는 닌텐도, 교세라, 일본전산, 파나소닉(마쓰시타전기), 샤프, 그리고 나고야 근교에는 도요타나 덴소와 같은 대기업 본사가 즐비하다.
일본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중심으로 집중돼 있는 도쿄 중심의 나라다. 오사카 역시도 인구로만 보면 요코하마에 밀려 제3의 도시지만 아직도 일본인들은 여전히 오사카를 제2의 도시라 부른다. 그리고 지방의 대도시에서 도쿄로 본사를 옮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 일본에는 지방의 중심도시에 본사가 머물러 있는 것일지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아마도 교육의 수도권 집중화가 우리보다는 덜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일본 내 최고 대학은 여전히 교토대학이고, 노벨상 배출자 역시도 단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교토대학 외에 나고야대학, 도호쿠대학, 나가사키의과대학, 홋카이도대학 등 지방의 유수 대학에서도 노벨상을 배출하고 있다. 이렇듯 우수한 인재를 지방에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본사를 도쿄로 이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우리도 정책적으로는 혁신도시라는 명목하에 지방으로 많은 공기업을 이전시키고 있다. 대구신서혁신도시에는 가스공사, 감정원, 정보화진흥원, 산업단지공단, 신용보증기금, 장학재단, 산업기술평가관리원, 사학진흥재단, 교육학술연구원, 중앙신체검사소 등이 입주하였다. 하지만 침체한 대구 경제를 살리기에는 그 박동 소리가 미약하기만 하다.
필자가 아는 지인 역시도 대구 모 장학재단에 근무하지만 주말부부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 학부모들의 근심거리인 자녀의 교육 문제로 인해 원치 않는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보면 대구에 둥지를 튼 혁신도시의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를 혁신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지방 인재들의 수도권 유출을 막기란 역부족이다.
요즘 고3들이 대학을 지원하는 경향을 보자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전의 카이스트(KAIST)와 포항의 포스텍(POSTECH)이 지방에 있지만 우수한 수험생들이 지방보다는 서울 소재 대학으로 지원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방대학의 육성을 통해 수도권 집중화를 막아야 할 것이다. 예전의 경북대나 영남대의 명성이 점점 빛이 바래고 있다. 지방의 우수한 인재가 지방에 머물 수 있도록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 전액 등록금 면제나 연구시설 기반을 획기적으로 확충하는 특단의 조치가 요구된다. 또한 과학고, 외고, 자율형 고교를 적극적으로 육성하여 훌륭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길러내기 위한 화수분의 토대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인재를 잡기 위해서는 그만큼 머무를 수 있는 정주 여건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 앞으로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가족과 함께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낙동강'금호강의 수변과 더불어 팔공산'비슬산의 공원지역을 효과적으로 개발하여 대구에서의 여가생활이 타 도시보다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좋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인재를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정주 여건을 갖춘 곳에 사람(人)이 머물러(止) 일(業)을 하는 기업(企業)이 들어와야만 대구의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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