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국중립내각 '충돌'…"쟁점은 '대통령 힘 빼기' 수위"

입력 2016-11-01 13:52:30

이른바 '최순실 국정개입 파문'에 따른 국정혼란 타개책으로 거국중립내각이 정치권 화두로 떠올랐으나 여야가 서로 다른 접근방식을 보이면서 난국의 해법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오른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국회가 추천하는 국무총리가 헌법상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구현함으로써 대통령의 역할을 상당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야당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국정에서 손을 떼는 게 핵심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와 함께 여야간에 거국중립내각 구성의 제안과 거부, 반발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말 바꾸기' '꼼수' 등의 설전이 이어지면서 문제의 본질은 제쳐놓고 신경전만 부각되고 있어 '최순실 정국'은 난마처럼 얽히는 형국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거국중립내각의 전제는 여야가 함께 책임감을 갖고 총리와 장관을 추천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과연 야당이 그런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국정의 공동책임자라는 의식도 없으면서 무조건 대통령에게 '내려오라'는 게 야당 주장의 핵심"이라면서 "결국은 대통령의 힘을 완전히 빼겠다는 것으로, 하야 주장에 다름 아니다"라고 힐난했다.

나경원 의원도 전날 정세균 국회의장 및 여야 중진의원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거국내각에 대해서는 여야가 생각이 다른 것 같다"면서 "나는 책임총리를 잘하면 그게 거국내각이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야간 협의를 통해 국회 차원에서 국무총리를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신임 총리가 '행정 각부 통할'(86조 2항), '국무위원 제청 및 해임건의'(87조 1항·3항) 등 헌법상 규정된 권한을 발휘하면 거국중립내각의 의미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비정상적인 국정 상황이지만 국가의 근간인 헌법을 초월한 정치셈법은 추후에도 논란의 여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이런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나라가 위기라고 헌법을 까뭉갤 수는 없다"면서 "거국중립내각은 헌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여야가 협치할 수 밖에 없다는 고심 끝에 나온 결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야권은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동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정국을 조속하게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스스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사실상 권력을 청와대에서 국회로 넘길 것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이번 파문의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므로 스스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차제에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고서 어떻게 수사의 실마리를 찾겠나"라면서 "지금 대통령이 할 일은 국민께 석고대죄하고서 '나부터 조사하라. 성역없는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선언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거국중립내각이 되려면 박 대통령이 총리에게 국정의 전권을 맡길 것을 선언하면서 국회에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면서 "새 총리의 제청으로 새 내각이 구성되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야당에서는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의 폭로 과정에서 종교적인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외국 언론조차 외교적인 영향을 언급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내치는 물론 외교 권한까지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전날 SNS 글을 통해 "현실 가능한 해법으로 제가 내놓은 대안은 대통령이 황교안 국무총리를 즉각 해임하고, 대통령이 외교를 포함해 자신이 가진 모든 권한을 총리에게 위임할 것임을 약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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