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순실을 제대로 수사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 내놔라

입력 2016-11-01 04:55:02

최순실만큼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킨 인물은 일찍이 없었다. 대통령의 뒤에 숨어 청와대 자료 사전 열람, 인사 개입, 재단 강제 모금 및 유용, 딸의 이화여대 입학 등 숱한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한국을 국제적 망신거리로 만들었다. 이런 '비선 실세' 의혹의 당사자가 31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이 최 씨를 상대로 사법 처리 수순을 밟고 있으나,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최 씨가 정직하게 죄를 실토하면 다행스럽지만, 지금까지 독일 도피와 급거 귀국, 변호사 발언 등을 볼 때 의혹을 상당 부분 부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시중에는 최 씨가 지난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문과 비슷한 수준의 혐의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혹 당사자들과 이미 말을 맞추고 시나리오를 짜맞췄을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검찰이 관련 수사를 외면하고 있을 때, 의혹 당사자들이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했을 가능성도 크고, 실제로 그런 정황이 포착됐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오히려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수사를 벌이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 수색한답시고 요란을 떨고, 수사 인력을 대폭 보강해 매머드급 진용을 꾸렸다고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냉소적인 시선을 보낸다.

검찰이 그렇게까지 타락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지금껏 국민의 조롱거리가 된 것은 검찰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최순실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지 27일 만에 관련자 압수 수색을 벌였을 정도로 늑장'소극 수사로 일관했다. 청와대 눈치를 살피며 수사를 미적대다가 국회에서 특검 논의가 있고 국민적인 분노가 치솟자, 뒤늦게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으니 어느 국민이 검찰을 좋게 보겠는가.

그렇더라도, 검찰이 명예를 회복할 길은 얼마든지 있다. 최순실 씨 관련 의혹을 명백하게 밝혀내는 것은 아주 중차대한 일이다. 최 씨를 비롯한 의혹 당사자들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혐의 입증이 쉽지는 않겠지만, 검찰의 명운을 걸고 달려들지 않으면 안 될 사안이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최 씨의 혐의를 낱낱이 밝혀 재판정에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검찰 수사의 또 다른 걸림돌은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이다. 의혹의 '몸통' 가운데 하나인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고서는 국정 농단 의혹을 제대로 풀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필요하다면 검찰은 대통령을 조사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지 모른다. 국민은 성역 없는 수사를 원한다. 또 납득할 만한 결과를 원한다. 검찰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국민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는 성과물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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