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교수 특별 인터뷰…"거국내각 잘 풀리면 새 권력구조 실험도 가능"

입력 2016-11-01 04:55:02

거국내각이 정국 해법…여야 빨리 합의 서두르고 박 대통령은 기다려줘야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31일 거국중립내각과 관련 매일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31일 거국중립내각과 관련 매일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msnet.co.kr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31일 최순실 사태가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었던 여느 사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김 교수는 "이것은 특정 사건 때문에 뭐 이렇게 대통령 지지도가 떨어진 게 아니다. 만약 그런 거였다면 사건 지나면 지지율도 회복되고 아물 텐데 이번은 대통령의 판단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여서 오래가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오전부터 급부상한 '거국내각의 총리 유력' 보도와 관련, "지난주부터 야권이 추천하는 거국내각밖에는 정국의 해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외교와 안보는 지속성 때문에 대통령이 앞장서야 하니까. 나머지 문제는 거국내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때도 야권이 안 받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그럴 것으로 예상했다. 잘못되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 후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거국내각을 해야 한다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도 여야 합의 총리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해 성사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새누리당이 거국내각을 받으니까 야당이 안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걱정을 했다. 그는 야당의 협조 없이는 거국내각은 성공할 수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 거국내각 아니면 하야밖에 다른 선택이 없지 않으냐'는 물음에 "지금 야당도 당장 여당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면 어떡할 건지. 그렇다고 하야 소리도 못 하고 있고, 어떡하자는 건지"라며 안타까워했다. 거국내각의 조건으로 철저한 수사를 내거는 것은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고 했다.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국정의 공백상태를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이런 상황은 야당에도 부담이며 이러다 사고가 곳곳에서 나면 그 책임이 여당과 정부에만 가지 않을 것이며 야당에 역풍이 부는 상황도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한 "야당이 참여하지 않는 거국내각이라면 총리가 된들 (국정의) 동력을 확보할 수가 없다"며 "지금까지 총리는 국정 동력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 지금은 그 배터리가 다 됐거나 고장이 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우리 헌정 구조상 총리는 독자적 동력을 확보하기 힘든데 지금 상황이라면 결국 총리는 국정의 배터리를 국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런데 여당 배터리는 움직이는데 야당 배터리는 안 움직이면 총리가 어떻게 일하겠느냐고 했다. 김 교수의 진단과 전망은 "결국 여야 합의 구조가 아닌 상태에서 총리는 동력을 확보도 못 하고, 난제만 수북이 쌓아놓고 결국 상처만 입고 무거운 책임만 지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다.

거국내각의 총리 자리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엄청난 고통이 따르는 자리일 것"이라고 했다. "이뿐만 아니라 경험도 필요하고 정치권 내부와의 관계도 좋아야 하고 매우 복잡한 자리라서 앞으로 국정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태에서는 대통령이 스스로 동력이 떨어졌음을 인정하고 빨리 여야가 합의를 봐 와라 해야 한다. '나는 권력을 줄 테니 당신들은 합의를 봐 와라. 그리고 공동으로 책임져라'고 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도 생각해 봐야 한다"며 "그럴 경우 박 대통령은 '합의를 못 봐 오면 국정을 그냥 둘 수 없다. 내가 여당과 협의해서 총리를 선출한 다음에, 그것을 내가 책임 총리로 쓸 수밖에 없다. 국정은 비워둘 수 없으니까 합의 안 되는 거국내각을 언제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밖에 할 수 없을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렇지만 대통령은 여야의 합의를 기다려줄 줄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물론 그게 한 달 두 달이나 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야당의 적극적인 자세를 재차 강조했다. "분명히 야당이 유리한 국면에 있다지만, 이 상태로 가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굉장히 주의해야 한다. 전부 다 대통령과 총리 그리고 여당의 책임일 수는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그런 설명도 부족했다고 생각했는지 "지금은 야당이 주도하는 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아닐 수도 있다. 늘 역풍은 있는 것이다. 우리 정당에 대한 지지가 확고한 충성심에 바탕한 게 아니라 상대 잘못에 의한 반사 이익에 의존하고, 지역 기반도 무너져 있고, 따라서 지금 국정 난맥상이 나오면 여야 공동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판은 야당에 유리한 판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잘못하면 정권을 놓치는 판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책임정국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교수는 "이번 거국내각 논의가 잘 전개될 경우 새로운 권력구조와 연결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얘기가 나오는데, 4년 중임제 실험은 못 해보겠지만, 이번에 거국내각 등의 형태가 출범한다면 자연스럽게 일종의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를 실험해 볼 수 있는 형태가 된다. 오히려 국가의 틀을 새로 짜는 데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다. 또 여야 협치 구도도 마련할 수 있다. 우리에게는 정말 중요한 기회라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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