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배우 김승우

입력 2016-10-28 04:55:02

"불륜 영화 '두 번째 스물' 처음엔 거절했어요"

새롭고 낯선 곳에서 만난 첫사랑과

20살 때의 감정으로 다시 여행 떠나

로맨스 아닌 불륜, 고민 끝 설득당해

만약 나라면 아는 척하지 않았을 것

"첫사랑 상대와 나눈 사랑은 물론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포장이 돼 추억이 되지 않나요? 다시 만나도 예전의 모습 그대로는 아니니깐 아름다운 기억이 유지되면 좋겠어요. '예쁜 기억을 굳이 꺼내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나?'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배우 김승우(47)는 11월 3일 개봉하는 영화 '두 번째 스물'(감독 박흥식)에서 연기한 민구 캐릭터에 대해 자신과는 다르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때문일까. 3년 전 처음 '두 번째 스물'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단칼에 거절했다. 계속되는 감독의 설득에 고민도 많이 해야 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못 한다고 했어요. 불륜, 있어서는 안 되는 소재잖아요. 감독님이 인물들에 대해 깊이 들어가며 이야기하는데 새롭고 낯선 곳에서 만난 첫사랑과 20살 때의 감정으로 다시 여행한다는 설정에 결국 설득당했죠." 

'두 번째 스물'은 영화감독 민구(김승우)가 이탈리아 토리노행 비행기에서 운명처럼 재회한 옛 연인 민하(이태란)와 함께 일주일간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스물에 한 번 더 스물이 더해져 그들은 어느덧 중년이 돼 다시 만났다. 불륜이라는 시선이 꽂힐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김승우도 영화 내용은 로맨스가 아니라 불륜이라고 확실히 꼽았다. 하지만 "기차를 탔는데 묘령의 여자가 옆자리에 앉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나?"라고 물으며 "그런데 그 여자가 첫사랑이기까지 하다면 일상 탈출이라는 상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배우 김승우는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라면 첫사랑을 낯선 곳에서 만나도 아는 척하진 않을 것 같다. 쉰 살이 되어가니 첫사랑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그래도 우리 영화는 첫사랑을 떠올리면 공감하는 부분은 있을 것"이라고 덧붙이며 미소 지었다.

처음 호흡을 맞춘 이태란과는 수위가 그리 높진 않았지만 베드신도 찍었다. 아내인 배우 김남주의 허락은 받았느냐고 물으니 "에이~ 우린 프로잖아요. 각자 일에 대해 존중하죠"라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코믹과 액션,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 활동을 한 김승우는 "멜로를 워낙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멜로라는 장르는 영화에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출연을 못 해도 기획이나 제작, 연출 등에 참여해서라도 멜로라는 장르가 유지되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최근 단편 멜로 '언체인드 러브'를 연출하기도 했다. 현재도 멜로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김승우가 정의하는 사랑은 뭘까? "'나 이 사람과 결혼할 것 같아'라는 느낌을 받기도 하잖아요? 그게 사랑의 감정이 아닐까 해요. 처음 느낀 그 감정의 온도가 내려갈 수도 있고 더 올라갈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처음 느꼈던 감정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전 첫눈에 반한다는 말도 믿어요. 그리고 또 중요한 건 상대도 노력해야 하고 자신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거죠."

김승우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아내를 향한 사랑을 느낀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결혼한 지 10년 됐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최근에 아내에게 사랑을 느꼈다. 아이를 보다가 나를 닮은 아이가 예쁘니 내 와이프가 예뻐 보이고, 아들이 학교 잘 다니니 이렇게 키운 와이프도 예뻐 보이더라"고 웃었다.

김승우는 '승승장구' 이후 오랜만에 토크쇼로 돌아온다. 내달 첫 방송 예정인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을 배우 봉태규, 김정태와 함께한다. 그는 토크쇼를 진행하면 좋은 점에 대해 "녹화시간 4~5시간 동안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데 집에 가서도 아내 이야기를 못 들어줄 이유가 없더라"며 "특히 부부관계가 좋아진다"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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