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곳곳 유리창·지붕 파손, 좀도둑·비행 청소년 '소굴'
대구 서구 내당동 재건축 사업이 10여 년간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주변 동네가 급격하게 쇠락하고 있다. 주민들은 우범지대로 전락한 동네를 떠나고 있지만, 재건축 사업은 주민과 상인 간의 이해가 엇갈리며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형편이다.
26일 정오쯤 찾은 서구 내당2'3동 일대 주택가는 한낮인데도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빈집 유리창은 대부분 깨져 창틀만 남아 있었고, 오랫동안 방치된 기와지붕이 무너져 내려 담장에 아슬아슬하게 얹혀 있기도 했다.
주민들은 치안 불안을 호소했다. 이곳에서 50년 넘게 살았다는 김모(55'여) 씨는 "재건축 얘기가 돌면서 동네가 뒤숭숭해지고,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갔다"면서 "빈집을 터는 좀도둑이 들끓고 비행 청소년이 드나드는 우범지대가 됐다"고 우려했다.
주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재건축 사업은 감감무소식이다. 주민과 상인들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탓이다. 주민들은 동네가 워낙 낙후된 만큼 보상금이 다소 적더라도 재건축을 진행하자는 입장이지만, 장사할 터전을 잃게 되는 상인들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내당동 침장거리에서 침구류를 판매하는 이모(67) 씨는 "보상금이 있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장사를 해 온 생활터전인데 여기서 쫓겨나면 먹고살 방법이 없다"며 "주민들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상인들에게도 생계가 달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주민과 상인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재건축 추진 계획은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내당2'3동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 6월 사무실을 폐쇄하고 아예 활동조차 하지 않는다. 이강덕 내당2'3동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위원장은 "상인들과의 의견 차 외에 주민들 사이에도 보상금 규모를 놓고 갈등이 생기면서 합의가 수차례 무산됐다"며 "현재로서는 별다른 계획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구청 관계자는 "낙후된 지역인 만큼 재건축이 되면 좋겠지만 조합 내에서 합의가 안 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구청으로서도 섣불리 나설 수 없는 탓에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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