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핵심인물로 국정 전반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최순실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오후 4시 빠른 대국민사과를 통해 '초기 진압' 효과를 누리려 했지만, 오히려 엄중한 상황 인식 없이 진심없는 사과로 사태를 비켜가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사과에서 "홍보와 연설 등의 분야에서 도움을 받다 청와대 시스템이 정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해명했지만,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까지 외교·안보 분야와 인사를 비롯해 국정 운영에 깊이 개입했다는 의혹 제기가 쏟아지고 있다.
◇ 전방위 확산되는 최순실 의혹
26일 한겨레신문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거의 매일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최순실씨 사무실로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모임의 논의주제로 "10%는 재단 관련 일이고 90%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정책 관련 사안"이라고 말했으며 모임 시기는 올봄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최씨는 주로 자신의 논현동 사무실에서 각계의 다양한 전문가를 만나 대통령의 향후 스케줄이나 국가적 정책 사안을 논의했다. 이런 모임은 주제별로 여러개 운영됐는데 일종의 대통령을 위한 자문회의 성격이었다"고 폭로했다. 또 "적을 때는 2명, 많을 때는 5명까지 모였다. 나도 몇번 참여한 적이 있다. 모임에 오는 사람은 회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지만 차은택씨는 거의 항상 있었고 고영태씨도 자주 참석했다"고 밝혔다.
JTBC는 25일 이틀째 최순실 컴퓨터를 통해 확보한 '최순실 문건'에 대한 폭로를 이어갔다. 2012년 12월 28일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독대하는 시나리오를 최씨가 사전에 열람한 기록이 있으며, 이 가운데는 남북 군접촉 등 국가 안보상 중요한 기밀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JTBC는 2013년 초 작성된 '중국 특사단 추천의원', '다보스포럼 특사 추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특사단 접견 자료'나 '호주 총리와의 전화 통화 참고자료' 등의 외교문서도 최 씨에게 유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TV조선도 최순실 의혹제기를 이어갔다. 방송은 2014년 5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추천인 및 조직도'와 2014년 7월 신설된 뉴미디어비서관 등의 추천 관련 문건을 최씨 측근들이 일했던 사무실에서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2014년 11월 최씨가 청와대 부속비서관실 윤전추 행정관 등에게 박 대통령의 옷 등과 관련해 지시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방송됐으며, 2014년 9월에는 북미 순방 일정표를 한 달 전에 받아 각 일정 옆에 박 대통령이 입을 옷의 색을 적어놨는데 박 대통령이 실제 이에 따라 입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씨가 비밀모임 '팔선녀'를 만들어 인사 등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4일 일요신문은 사정기관 관계자를 인용해 최순실 씨와 '팔선녀' 멤버가 권세를 누리며 막후에서 국정에 개입하고 정·재계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하지만 현재 A사 최고경영자(CEO), B사 CEO의 부인, C사 최고위 임원, 유명 대학교수, 그리고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아내 등이 '팔선녀' 멤버로 거론되고 있지만, 모두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靑 "최순실-정호성 비선모임 사실무근"
청와대는 아직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전혀 올바른 상황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연국 대변인은 최씨 의혹 제기에 "하나하나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언론의 의혹 제기가 과도하다고 보는 기류도 보이고 있다.
특히 최씨가 정호성 비서관이 전달하는 대통령 보고자료를 거의 매일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는 반응이다. 정 비서관도 청와대 자체 조사에서 "그런 적이 없으며 최씨 사무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더구나 인사 관련 문건이나 외교 관련 자료 등을 최씨의 국정 개입 증거로 연결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 청와대가 내의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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