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연설문 사전 유출' 사건과 관련해 취임 후 처음으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최순실'이라는 일개 민간인에게 대통령 연설문이 사전에 유출되고 수정까지 받았다는 의혹은 국가의 공적 시스템을 뒤흔든,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국민적 분노를 감안하면 대통령의 사과는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다. 대통령이 사과를 했다지만, 그것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최순실과 관련한 '국정 농단 의혹'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그동안 '비선 실세'로 불리던 최순실 의혹은 말만 무성했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었으나 이번 사건으로 그 실체와 역할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JTBC 보도에는 최순실 씨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대통령의 연설문 및 공식 발언록을 연설'발언하기 전에 미리 전달받았다고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서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최 씨의 개입을 일부분 인정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일부 자료에 대해 (최 씨의)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 및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고 해명했다. 최 씨의 PC에는 2014년의 대통령 연설문 파일이 포함돼 있던 만큼, 해명대로라면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취임 이후 1년 넘게 최 씨의 도움을 받았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사과문에 현정권 출범 이후 최 씨의 국정 개입 정도와 역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밝히는 바람에 사과의 진정성 논란마저 있다. 대통령의 연설문'공식 발언록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것인데, 공무원'전문가도 아닌 일개 민간인에게 맡겼다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함께 딸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점 취득 등 최 씨를 둘러싼 모든 의혹을 명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국회는 국정조사, 특검 도입을 통해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최 씨 의혹을 풀지 않고는 개헌 논의는 물론이고 국정 공백 사태까지 우려되는 만큼, 한 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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