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최순실 유출' 의혹에 침통…"경위부터 파악"

입력 2016-10-25 09:25:34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연설문과 발언자료가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에게 사전유출됐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청와대가 침통한 분위기속에 깊은 침묵에 빠졌다.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는 게 취미"라는 첫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말이 되는 소리냐"(20일 청와대 관계자),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21일 이원종 비서실장)이라고 선을 그었는데 이런 의혹의 '스모킹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이 될 수 있는 후속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등을 미리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JTBC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최씨를 둘러싼 의혹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이 충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최 씨 의혹과 관련, "누구라도 불법을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힌 뒤로 "의혹이 사실이라면 최 씨가 호가호위한 것"이라며 최 씨 개인의 문제라는 인식을 보여왔다.

그러나 만약 JTBC 보도가 사실이면 최씨 의혹의 화살은 박 대통령을 겨누는 방향으로 정조준될 뿐 아니라, 그동안 "비선 실세는 없다"고 했던 현 정부의 도덕성에도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참모는 25일 "어제 보도를 보고 잠을 못 잤다"면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너무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다른 참모 역시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이런 반응은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내부 기류도 반영돼 있다.

정연국 대변인이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경위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다"는 첫 공식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핵심 참모들 역시 "아는 게 없으니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 내에서는 최순실 관련 의혹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크게 우려하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관계자는 "그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다른 관계자도 "어떻게 진행될지 전혀 감이 안 온다"고 밝혔다.

이런 우려에는 박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취임 후 최저치를 계속 경신하는 등 국정 동력이 약화하는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 임기가 1년 4개월 남은 가운데 이번 일이 결정타가 될 경우 여론 악화로 사실상 '레임덕' 국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당장 전날 국회에서 개헌을 제안하고 이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박 대통령의 구상도 정치권에서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등 최순실 의혹이 정국의 핵심 이슈가 되면서 청와대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헌은 국가적 어젠다로서 계속 추진하겠지만, 이번 의혹보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솔직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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