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장자의 까치 이야기 아니?" "뭔데요? 중국 철학자 장자 말이지요?" "간단히 말하면 이런 거야. 장자가 밤나무에 내려앉은 요상한 까치를 발견하고 활로 쏘려는데, 까치는 사마귀를 잡느라 정신이 팔려 자신이 곧 죽는 줄 모르고 있고, 사마귀는 먹잇감인 매미를 잡느라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까치의 존재를 전혀 모르고, 매미는 나무 그늘에서 실컷 우느라 사마귀를 인식 못하고 있었다는 거야."
"게다가 장자 자신도 까치에 정신이 팔려 남의 밤나무 밭에 들어가고 말았는데 뒤에서 밤나무지기가 째려보고 있었다는 거야. 옛날에는 남의 영역에 침범하면 큰 화를 당할 수 있었거든." "무슨 얘기를 하시려고 먹이사슬을 연상케 하는 장자 말씀을 끄집어 내셨나요?" "한 번쯤은 교수나 철학자, 목사님들이 꼭 인용하시는 이야기인데 결론이 다 달라서 재미있어서 그래. 인터넷 한 번 검색해 봐."
"어떻게 다른데요?" "기업가들에게 특강하는 어느 분은 변화 없이 살다가는 쫄딱 망한다. 기업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얘기하시고, 어느 저명한 철학자는 사회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나는데 자신의 작은 이익에 집착하여 곤경에 빠지는 줄도 모르는 인간의 탐욕에 대해 강조점을 두기도 해."
"어떻든 꼭 우리 사는 꼴을 닮았네요. 오늘도 직장에서 상사에게 깨지고, 상사는 사장에게 깨지고, 사장은 모기업에 불려가 노예 계약에 사인해야 하고, 그 기업조차 대기업에 인수 당할 처지이고, 대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국가에 강제 기부해야 하는데, 그 대단한 국가조차도 더 큰 강대국에게 먹힐 상황이니,"
"너 참 똑똑하다. 맞는 말이야. 더 나아가 시리아를 한 번 봐, 전쟁으로 저렇게 처참하게 파괴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겠어? 그런데 전쟁으로 먹고사는 나라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걸 모르고 남북 긴장관계를 자꾸 부채질해 쳐들어가 끝내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오직 공멸만 존재하는 게 전쟁인데,"
"게다가 아직도 지진의 공포 속에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그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야. 단번에 세상이 없어지는 불안을 경험하고 있어. 까치, 사마귀, 매미, 장자, 한꺼번에 다 죽을 수 있다는 거지. 한 방에 다 가는 거야. 지구가 위협을 당하면 모조리 다 죽는다는 걸 알게 된 거지." "그럼 어쩌란 거죠? 어디로 도망갈 수도 없고."
"장자 선생님이 그렇게 세밀하게 사물을 관찰하다 결국은 자신을 관찰하게 되었을 때, 정작 중요하고 긴급한 게 무엇인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간파한 거지. 뭣이 중한 디? 그렇게 물으신 게 아닐까?" "답은 몰라도 묻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내가 지금 까치인지 사마귀인지 아님 매미인지,"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