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위에서 재능 한번 발휘하세요
가을은 문화와 참 어울리는 계절이다. 아마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거리의 가로수들이 아름다운 색깔 옷들로 갈아입는 모습을 보노라면 왠지 감성이 충만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어느 시인은 "가을엔 누구나 시인이 되는 계절이다. 모든 계절이 서로 다른 특징으로 대신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가졌지만, 유독 가을에는 유정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1년 중 문화행사가 가장 집중된 요즘, 문화에 흠뻑 빠진 어르신들이 있다. 자신이 직접 주인공으로 나서 노인시설을 대상으로 문화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것. 건강을 챙기고, 취미도 즐길 수 있어 유쾌하다는 어르신들의 가을 감성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전문배우 못지 않은 '온사랑시니어극단'
지난 19일 오전 11시, 대구 포정동 온사랑복지회 사무실이 연극무대로 갑자기 변했다. 이날 오후 보훈회관에서 공연할 '동물회의록' 연극의 마지막 리허설을 하기 위해 10여 명의 어르신들이 무대에 오른 것이다. 이들은 온사랑시니어극단 소속 연극배우라고 했다.
현재 20명의 회원이 속한 온사랑시니어극단은 지난 2007년 설립됐다. 65세 이상 어르신들로만 구성된 지역 최초의 시니어극단이다. 어르신들이 처음부터 연극배우로 나선 것은 아니다. 최연완(72) 씨는 "처음 1년간은 경로당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예방 등 사회 이슈에 대해 노인 교육을 했다. 그런데 강의식으로만 하다 보니 노인들이 지루해하고, 자는 사람도 많아 역할극으로 재미있게 바꾸면 어떨까 생각해 연극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경로당은 물론 요양시설 등 각종 노인시설과 노인 관련 행사장에서 앞다퉈 이들을 초청하고 있다. 지난해는 서울에서 초청 공연을 하는 등 전국구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2013년에 가입한 노쾌남(72'여) 씨는 "대사를 외워야 해서 치매 예방도 되고, 몸을 움직이니 운동이 되며, 취미 생활도 즐길 수 있으니 정말 좋은 것들뿐"이라고 활짝 웃었다.
올해부터는 전문 연극인 강사를 초빙, 회원들의 실력도 부쩍 향상되고 있다. 올 1월부터 어르신 배우들을 지도하고 있는 고모령공연예술단 박갑용 단장은 "노인들이 연극을 하면 일단 사회 참여에 따른 자신감이 상승하고, 소통의 시간도 가질 수 있는 등 노인에게 좋은 취미생활"이라고 말했다. 연극과 봉사활동에 관심이 있는 65세 이상 노인이면 누구나 온사랑시니어극단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월 회비는 3만원. 문의 053)426-3100.
◆부르면 어디든 가는 '은빛실버공연단'
2014년 창단한 은빛실버공연단은 취미생활을 좀 더 알차게 활용하고 있는 시니어공연팀이다. 아코디언, 색소폰, 국악(창), 하모니카, 고전무용 등을 취미로 가진 어르신들이 한데 모여 하나의 공연단이 완성된 것. 방종현 공연단장은 "처음엔 취미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하나의 친목모임이었다"면서 "이후 소외된 노인들을 위해 우리가 찾아다니면서 공연도 해주고 즐겁게 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모아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노인요양병원, 경로당, 노인복지관 등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그동안 연습한 공연을 선보이고, 노인들과 말동무도 돼주면서 즐거운 한나절을 보내고 온다. 점점 공연단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요즘은 매주 한 번꼴로 공연을 하고 있다. 재능기부에 나서는 어르신 숫자도 늘어 현재 총 12명의 회원이 공연단에 소속돼 있다.
국악(창)을 하는 김순남(80'여) 씨는 "우리가 찾아가는 곳은 대부분 사람을 그리워하는 노인들이 많은 곳이다. 처음엔 서먹서먹하다가 공연이 시작되면 눈빛부터 달라진다"면서 "그들과 함께 어울려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며, 다과를 하면서 서로 말동무가 되다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고 미소를 지었다.
공연단에서 색소폰을 맡은 조영환(67) 씨는 "공연단 인기가 높아지면서 매주 목요일마다 공연하다 보니 연습을 더 많이 해야 하는 애로가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지금은 팬도 생겼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있는 노인들과 함께 취미생활을 나누면서 봉사하는 즐거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 010-2010-4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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