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시민의 사진비엔날레

입력 2016-10-24 04:55:05

지난 주말 대구를 방문했습니다.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타고 가다가 반월당네거리에 있는 동아쇼핑 외벽에 설치된 거대한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그 현수막에는 '2016년 대구사진비엔날레'라는 타이틀과 함께 700여 명에 달하는 시민들의 웃음을 담은 다양한 사진들이 인쇄되어 있더군요. 일명 '만인소(所)×만인소(笑)'로 불리는 그 현수막은 대구시민의, 대구시민에 의한, 대구시민을 위한 대구사진비엔날레임을 알려줍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광장에는 컨테이너 박스들로 대구사진비엔날레의 관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그 박스들은 청사진 제작에서부터 카메라 옵스큐라 원리를 체험하는 일명 '포토 스펙트럼 큐브'입니다. 관람객들이 그 '큐브'에서 사진의 원리를 배우고 직접 체험할 수 있더군요. 저는 대구사진비엔날레 관계자분들과 함께 사진기의 전신이라 불리는 카메라 옵스큐라 방식으로 제작된 '디지큐라'에 스마트폰을 끼워서 기념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우와~ 엄마! 여기 봐요. 내가 다니는 유치원이 보여요!" "오! 저기 성당못이 보인다."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이네요. 앗! 저기 우리도 보인다!" 이 탄성들은 대구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한국모형항공협회의 지원으로 드론을 활용해 두류공원 일대의 하늘에서 가을 풍경을 내려다보는 '꿈꾸는 나다르' 현장에서 나온 것입니다. 158년 전 나다르가 암실 커튼과 장비를 실은 열기구를 타고 항공사진을 시도했던 것을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을 이용해 간단하게 촬영하게 된 셈이죠.

대구사진비엔날레 타이틀은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입니다. 혹자는 이번 비엔날레에 출품된 사진작품 중 절반 이상이 만들어진 사진, 즉 디지털 사진이라고 말하더군요. 그렇다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아날로그 사진에서 디지털 사진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문득 2018대구사진비엔날레가 디지털 사진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2년 전 저는 매일신문(2014년 10월 9일 자)에 '대한민국은 비엔날레 전쟁 중!'이라는 타이틀로 칼럼을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4가지 사항(예산, 운영, 감독선정, 행사기간)을 제안했는데, 한 가지가 해결되었더군요. 당시 일시적으로만 운영되고 있던 사무국이 상근으로 전환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비엔날레도 지난 비엔날레와 마찬가지로 2년간 전시준비를 해야 하는 감독을 작년 2월이 아닌 올해 2월에 선정하였더군요. 따라서 2018대구사진비엔날레 감독은 늦어도 내년 2월에 선정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올해 비엔날레는 38일간 개최되었던 지난 비엔날레보다 이틀이 적은 36일간(9월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개최됩니다. 3개월간 개최되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그리고 서울 세마비엔날레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짧은 셈이죠.

저는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가 무엇보다 '대구시민'에 방점을 두었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미래의 사진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차원에서 '대구어린이사진비엔날레'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비엔날레'가 격년제 행사이니만큼 짝수년에는 대구사진비엔날레를, 그리고 홀수년에는 대구어린이사진비엔날레를 개최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러나 대구어린이사진비엔날레를 추진하려면 교육과 홍보 파트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기존 사무국 3인(사무국장, 전시팀장, 총무)에서 2인(교육, 홍보)을 보충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비엔날레가 대구시의 행사가 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권영진 대구시장께서 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이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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