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시인들 모여 '시조문학 국제화'…청도국제시조대회

입력 2016-10-24 04:55:05

27일∼29일 청도체육관서

지난해 열린 이호우
지난해 열린 이호우'이영도 시조문학상 시상식.
2016 청도국제시조대회 포스터
2016 청도국제시조대회 포스터

2016 청도국제시조대회가 27~29일 청도국민체육센터 일원에서 펼쳐진다.

현대시조의 독보적 영역을 구축한 이호우'이영도 남매 시인의 고향 청도에서 열리는 대회는 국내 문단과 학계, 한'중'일 시인과 학자들이 모이는 자리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대회는 '시조, 세상을 품다'를 주제로 우리 시조의 깊이를 재보고 시대의 흐름을 진단한다. 3일 동안 특별강연과 문학강연, 주제발표 등이 이어진다. 주최 측은 시조문학의 국제화를 위한 방향성과 전기 마련이 목표다. 특히 청도에서 시조의 씨앗을 뿌리고, 꽃을 피우기 위한 첫 걸음으로 준비된다.

올해는 특별히 이영도 선생의 탄생 100주년 및 40주기가 되는 해. 한평생 단아하고 정갈한 감성과 기품 있는 시조를 선보인 이영도 선생의 업적이 집중 조명된다. 청도군이 주최하고 (사)국제시조협회 주관, 경북도 후원으로 열린다.

◆시조의 수도 '청도'

'개화' 이호우

꽃이 피네 한 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아려 눈을 감네.

'보리고개' 이영도

사흘 안 끓여도 솥이 하마 녹슬었나/ 보리 누름 철은 해도 어이 이리 긴고/ 감꽃만 줍던 아이가 몰래 솥을 열어보네.

시조문학에 일생을 바친 이호우'이영도 두 시인은 시조문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 누구보다 높다. 두 시인은 정형성을 지키면서도 정갈하고 세련된 시어로 시조를 한글문학의 백미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두 시인은 시대에 대한 진단과 부조리를 참지 못하는 저항정신을 시조에 녹여내 후학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청도가 낳은 두 시인은 청도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두 분을 기리고 청도를 대표하는 미래지향적 문화자원화에 전폭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도군은 1992년부터 이호우 시조문학상을 제정한 이래 매년 이호우'이영도 시조문학상을 개최하고 있다. 함께 열리는 오누이 시조문학제에서는 '시조의 수도'를 표방하며 전국시조낭송대회와 시조가곡제 등을 열고 있다.

군은 지난 7월 '청도시조공원'도 선보였다. 현대시조시인 26명의 시비가 레일바이크 출발지와 종착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인근 청도읍 유호리에는 생가가 있다. 복잡한 사연으로 군에서 매입하지 못해 문학관으로 조성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아있는 부분이다.

◆현대시조의 중흥 모색

국제시조협회와 문단은 자유시의 우세와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조는 독자성과 차별성으로 건재했다고 한다. 시조는 우리에게 친숙한 호흡이 있고, 자연발생적인 힘으로 살아있어 우리가 꽃피워야 할 문화자산이라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시조의 중흥은 민족혼과 인간성을 되살리는 데 중요하며 이번 대회에서 그 방안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동양 3국의 시조시인과 학자들이 청도에서 만난다. 같은 한자문화권으로 고유의 정형시를 지닌 일본의 경우 전래의 와카(和歌)에서 변형시킨 하이쿠(俳句)가 국민문학으로 번지며 1천만 명이 넘는 일본인들이 즐기고 있다. 특히 일본은 문화 마케팅으로 번역본을 외국 바이어에게 전해주는 등 세계화에 성공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아키토 아리마(有馬郞人) 전 일본 문부상은 "한국 시조는 그 깊이와 내용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 많은데, 이를 번역본으로 외국에 소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중국 오명현 교수(사천사범대)와 도연 교수(절강대)는 서양의 시문학에 대처하는 동양 정형시의 발전 방안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승율 청도군수는 "천년 역사의 시조를 중흥하고, 청도에서 이를 꽃피우는 계기가 되도록 다양한 방법론이 모색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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