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법 여파, 어렵지만 함께 풀어가자

입력 2016-10-22 04:55:01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다음 주로 시행 한 달을 맞는다. 그동안 사회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나는 등 법 제정 취지가 사회 곳곳에 투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축산 농가나 음식점, 주점 등 자영업에 큰 여파가 미치는 등 어려움도 없지 않다. 소비 위축 등 민간 경제 부문의 타격은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지만 체감지수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해법에 대한 고민도 깊다.

대구의 경우 이제까지의 접대 관행이 거의 사라지면서 매출이 급감하자 폐업하거나 전업하는 식당이 크게 늘었다. 실제 법 시행을 전후해 지난 9월부터 이달 17일까지 대구시내 폐업 식당은 총 258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5곳이나 증가했다. 고급 음식점이 많은 수성구와 달서구 소재 식당의 폐업이 크게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이달 들어 부동산 중개업소에 식당을 매물로 내놓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 이 같은 변화에 음식점 직원들이 실직 위기감을 느끼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다. 경북 축산 농가들도 한우값 안정을 위해 정부가 암소 감축 사업을 벌이면서 사육 두수가 크게 줄어든 데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한우 소비가 크게 위축돼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같은 서민 경제에 드리운 그늘은 계속된 경기 부진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으려는 공무원 등 법 적용 대상자들이 몸을 움츠리고 대외 활동을 크게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인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관청 주변의 음식점과 술집, 커피숍 등 매출이 크게 떨어져 업주들의 고민이 크다는 신문 보도를 보더라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천시는 김영란법 시행과 사드 문제로 매출이 크게 줄어든 지역 음식점 등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 연말까지 격주마다 하루 구내식당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서민 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를 돕자는 취지다. 실질적인 도움 여부를 떠나 다 같이 어려운 상황을 풀어가는 정신이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김영란법은 올바르지 못한 관행과 이를 당연시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의미다. 하지만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모든 국민이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해 이 법의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가고 또 어려움을 현명하게 극복해나간다면 선진사회는 멀지 않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