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끊어진 사제의 情 '삭막한 학교'

입력 2016-10-18 19:29:39

초코파이도 나눠먹을 수 없는 스승과 제자

김영란법 시행 이후 학교 분위기가 '삭막'해지고 있다.

교사와 학생들이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탓에 간식 등을 함께 먹거나 학부모가 작은 선물을 교사나 자녀 급우들에게 전달해온 사례가 많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모두가 '불법' 행위가 된 때문이다.

'사제 간의 정'과 '김영란법' 사이의 타협할 수 없는 간극은 근거 없는 소문들을 만들어내고 실제 신고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수성구 모 중학교에서는 최근 '초코파이 사건'이 발생했다. 한 학생이 같은 반 학생들을 위해 사온 초코파이를 담임교사가 함께 먹었고 이를 본 다른 학생이 부모에게 알려 교육청에 신고가 접수됐다는 내용이다. 소문은 학부모들 사이에서 급격하게 퍼졌고 급기야 학교운영위원회에서까지 거론됐다. 학교장까지 나서 실태 파악을 했지만 소문은 와전된 것이었다. '학급상담일'에 잘못을 해 반성문을 써온 학생이 급우들에게 초코파이를 돌렸고 담임교사가 함께 먹었지만 교육지원청이나 교육청 어디에서 신고된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카더라식'의 소문이 급격하게 퍼졌다.

달서구 모 초등학교에서는 한 교사가 상담 중 학부모에게 받은 선물로 징계 위기에 놓였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지난달 학부모 상담주간(9월 19~22일)에 세 명의 학부모로부터 각각 조각 케이크, 화과자 세트, 수제 비누를 받아 학생들과 함께 먹은 일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익명의 제보를 받은 교육청은 선물을 받은 시기가 김영란법 시행 이전이지만 사실 확인을 거쳐 공무원행동강령 위반 여부가 확인되면 교육청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사가 학생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었고 비누는 교실에 비치해 정상 참작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공무원행동강령에 따라 원칙적으로 선물은 그 자리에서 돌려보내거나 교감에게 신고해야 하는 만큼 징계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김영란법을 바라보는 교육 현장의 의견은 분분하다.

30대 학부모 A씨는 "얼마 전 자녀와 해외여행을 다녀온 뒤 초콜릿 선물을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보냈는데 마음만 받겠다며 되돌려 받았다"며 "선의로 보낸 작은 선물까지도 불법으로 규제하고 서로 눈치를 보는 것은 비현실적인 것 같다"고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선물 등을 둘러싸고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불편했던 관계가 김영란법으로 완전히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대다수 교사나 학부모들이 긍정적으로 공감하는 것 같다"며 "시행 초기인 만큼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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