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가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에 기권한 것은 북한에 우리가 어떻게 할지 물어본 뒤 내려진 결정이라는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회고록 증언을 놓고 당사자들 사이에 '진실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에 물어보자는 제안을 했다는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등 관련 인사는 회고록 내용을 부정한다. 기권이 결정된 후 북한에 통보만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권 여부 문제를 이들과 같이 논의했던 송 전 장관은 "모든 것은 책에 있는 그대로다. 더 덧붙일 말은 없다"고 일축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북한에 물어보는 과정을 주도했다고 송 전 장관이 지목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태도는 이런 혼란을 더욱 부추긴다. 그는 15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첫 반응을 내놓았다. 여기서 그는 송 전 장관의 주장을 명시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송 전 장관의 증언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북한에 물어봤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17일에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에 물어봤는지가 아니라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 말한 대로 당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자신이 찬성 입장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문 전 대표는 여전히 의문의 핵심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중요한 정책 결정의 한가운데에 있었으며,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라면 이런 식으로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북한에 물어보고 유엔 인권결의안에 기권했는지 여부의 대답은 간단하다. 했으면 했다, 안 했으면 안 했다고 하면 끝날 일이다. 이를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그다음 문제다. 문 전 대표의 '변죽 울리기' 화법(話法)은 국민에게 송 전 장관의 증언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의심만 부추길 뿐이다. 이런 의심은 시간이 갈수록 깊이와 넓이를 더해갈 것이다. 사실이 아닌데도 이런 의심을 받는 것은 문 전 대표로서는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문 전 대표 자신을 위해서라도 속히 진실을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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