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은 '절름발이 오리'다. 다리를 절며 쩔뚝쩔뚝 걷다 보니 무리를 따라갈 수가 없다. 무리를 따르지 못하면 포식자가 노리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레임덕이란 요즘 '절름발이 대통령'을 뜻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 딱 그 상황이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지난주 26%까지 떨어졌다. 2013년 취임 이후 최저치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 지지난주 29%에서 더 주저앉았다. 10월 들어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30% 선이 붕괴되더니 악화일로다. 여기저기서 욕하는 소리만 들리고 응원하는 소리는 듣기 어렵다.
정작 두려운 것은 청와대의 인식이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하라는 것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라는 멘트를 날렸다. '지지율 하락이 담고 있는 의미를 깊이 새기고 성찰하겠다'는 겸허함을 기대했더니 얼토당토않은 오만함이 튀어나왔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과거 행적을 둘러싸고 갖은 의혹이 제기됐을 때 '입증된 것이 없다'던 수사 그대로다.
여기서 국민이 박 대통령을 부정 평가하며 소통 미흡을 가장 먼저 꼽은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소통 미흡이란 대통령의 뜻이 국민 생각과 따로 논다는 의미다. 시중엔 권력 실세니, 비선 실세니 하며 온갖 의혹이 난무하는데 청와대는 구중궁궐이다. 대통령은 그 안에 갇혀 있다. '실체도 없는 정치 공세'라는 여론과 동떨어진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 속 시원히 밝혀주기를 기대하던 국민은 의혹이나 부풀려 국정을 흔드는 세력으로 둔갑한다. 그 사이 지지율은 떨어지고 레임덕은 지름길로 달려와 있다.
권력은 대중의 지지로부터 나온다. 레임덕을 저지하려면 민심을 얻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반면교사다. 최근 CNN 여론조사 결과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이 55%를 기록했다. 2기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와 정반대다.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인 대통령을 향해 레임덕이란 말이 나올 리 없다. 임기를 3개월 남짓 남겨두고도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란 소리를 듣고 있다. 임기를 1년 4개월여 남겨두고도 '레임덕이 굳어졌다'는 소리를 듣는 박 대통령과 다르다. 인생 1년 4개월도 짧지 않은데 5년 대통령의 1년 4개월은 결코 짧지 않다. 오바마가 수십 년 앙숙이던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이란 핵 협상 타결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낸 것이 임기를 1년여 남겨둔 시점이었다는 점은 새겨볼 만하다. 그것도 상'하원이 모두 공화당이 장악한 가운데 일군 성과다. 이는 오바마가 끊임없이 야당이 장악한 의회를 설득하고 이해시킨 소통의 힘이었다.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에만 집중하겠다지만 국민 4명 중 1명의 지지를 얻어서는 어떤 정책도 완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지지율부터 끌어올릴 일이다.
대통령이 '마이 웨이'만 외치고, 새누리당이 그 대통령을 감싸기에만 급급해서는 지지율 상승은 요원하다. 이번 20대 국회 첫 국감은 권력 실세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과 소통할 더없는 기회였다. 하지만 국감장에서 권력 실세나 비선 실세들을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온갖 의혹의 한복판에 선 우 수석은 말할 것도 없다. 비선 실세 논란을 일으킨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 당사자인 최순실 씨, 현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씨 등 그 누구도 국감장에 불려나오지 않았다. 심지어 최 씨의 딸 이대 특혜 의혹과 관련해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조차 국감 증인 출석이 원천봉쇄 됐다. 새누리당이 '증인 방탄 국감'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철저히 막았던 탓이다. 대통령과 여당은 국민과 소통의 기회를 그렇게 스스로 차버렸다. 결과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의 동반 추락이다. 본격적인 레임덕의 도래다. 더 이상의 추락을 막으려면 측근부터 내쳐야 한다. 지지율 하락 원인을 정확히 짚어야 회복할 길도 열린다. 레임덕이 심화하면 포식자가 더 악착같이 달려들 뿐이다. 그것이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사실쯤은 대통령이 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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