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답사 차량도 민원인과 따로 따로"…김영란법 시행 '일상이 불편'

입력 2016-10-17 04:55:01

유류비 편의 제공 논란 부담, 카풀 권장 시대에 역주행

"목적지가 같은데. 이젠 차도 각자 몰아야 합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부정청탁금지란 취지와는 다르게 '일상이 불편해졌다'는 호소들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 한 구청 공무원은 "민원인이 구청을 방문하면 함께 현장을 둘러봐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함께 차를 타고 가는 게 부담스러워 각자 운전을 해 이동한다"면서 "대기오염 줄이기를 위해 카풀도 권장하고 있는데 이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열린 전국체전에서도 체육회 임직원은 각자 행사장으로 향했다. 대구시체육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체전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가 교통편을 제공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교통편 제공도 없었고 회식자리도 현저히 줄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에서는 공직자 등이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을 제공받는 것만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적용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대구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공식적인 행사가 무엇인지, 통상적인 범위나 일률적이라는 것은 어떤 뜻인지 누구도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누군가와 차량 동승을 했다면 유류비나 감가상각비만큼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지금은 우선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일부 대상자는 정부가 요구(?)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 부담이다.

한 공무원은 "저녁에 몰려 있던 각종 모임 대부분이 사라진 탓에 퇴근은 이르지만 자주 저녁을 차려야 하는 아내에겐 부담이다"면서 "집 근처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거나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이 조직 내 인간미까지 잃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는 촌지나 선물 등이 대부분 사라진 상황이라 청탁금지법 영향이 거의 없다고 봤는데 '카네이션 달아주기'도 논란이 돼 당황스럽다"면서 "학부모가 학교에 올 때 교사들이 불필요한 눈치를 봐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했다.

대구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란파라치도 있지만, 진짜 조심해야 할 사람은 동료라는 소문이 팽배하다"면서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 좋아졌다는 얘기도 있지만, 하루 대부분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원과의 관계는 어색해졌고 외부 사람을 만날 때는 더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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