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작가의 소설 '미궁에 대한 추측'은 작가가 유럽 여행 중에 우연히 장 델뤽이라는 사람이 쓴 '미궁에 대한 추측'이라는 책을 발견하고 작가와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된 작품이다. 미노스왕의 명으로 다이달로스가 미궁을 만들고, 나중에 테세우스가 미궁 속의 괴물을 무찌르고 나오는 신화 속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법률가, 종교학자, 건축학자, 연극배우가 각각 자신의 시각에서 분석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진짜 의미는 실제로는 장 델뤽이라는 사람이 없고, '미궁에 대한 추측'이라는 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속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글이 왜 소설책 안에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을 하게 된다.
문학은 기본적으로 있었거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재료로 한다. 그 재료를 그대로 전달했을 때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아무런 감흥을 못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작가들은 독자들이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과장을 하고, 비유를 하고, 독자들이 좀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내용을 빼거나 추가하고, 이야기의 순서를 바꾼다. 이것이 문학 연구자들이 말하는 '문학적 형상화'라는 것이다. 문학적으로 형상화를 하는 과정에서는 약간의 허구가 들어가게 되는데, 독자들은 이것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시인들이 일제강점기를 추운 겨울로 표현한다고 해서 일제강점기가 빙하기였다고 생각하는 독자는 없다. 주요섭의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읽고 어린애가 쓴 글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여기에는 문학은 형상화된 것이라는 암묵적인 약속과 동의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홍길동이 진짜 살았는지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이야기하는 '진실'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화자와 청자의 관계는 문학작품을 대할 때와 같은 암묵적인 동의가 없다. 그래서 화자의 이야기는 사실과 부합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거짓말쟁이가 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다.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를 할 때는 뻥이 심해진다. 자기가 겪은 이야기, 들은 이야기를 섞어서 과장을 하는데, 청자들은 그것을 알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듣는다. 허경영 씨가 자신의 IQ가 450이라는 둥, 축지법을 쓴다는 등의 주장을 할 때, 청자들은 그가 황당하고 엉뚱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듣는다. 그래서 오히려 그를 허본좌라고 부르며, 그의 말을 재미있어한다. 거짓말로 자기를 과시하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는 철저하게 사실을 따져야 한다. 그런 경우가 아닌 가벼운 이야기에도 사실 검증한다고 죽자고 달려드는 것은 사회를 참 삭막하게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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