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귀신·접근금지… 철거건물 섬뜩한 낙서

입력 2016-10-15 04:55:02

주택조합, 매입건물에 표시…수성구청 인근 주민들 불안

대구 수성구청 인근의 철거 대상 건물들이 섬뜩한 낙서로 뒤덮여 있어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낙서는 지난해 출범한 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이하 주택조합) 측이 아직 매입하지 못한 건물 소유주와 세입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13일 오후 만촌동 수성구청 뒤편으로 걸어가자 곳곳에 사람이 살지 않아 방치된 건물이 나타났다. 준공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원룸 건물부터 오래된 단독주택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본 건물은 주택조합 소유의 건물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건물은 이 지역 일대(3만3천225㎡'137필지)를 사업지로 두고 있는 주택조합 측이 매입한 건물들로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문제는 조합 측이 매입한 건물에 '철거' '접근금지'와 같은 표시를 빨간색 페인트로 써놔 더욱 흉물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물 주변에서 만난 한 상인은 "골목 안쪽에는 '귀신' 같은 섬뜩한 단어들도 있다"며 "밤이면 정말 무섭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낙서를 막을 방법은 없다. 구청 관계자는 "민원이 많이 제기되긴 하지만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어서 조합 측에 자제해달라고 권유하고 있다"며 "매입한 건물들을 흉물스럽게 방치해서 아직 매입이 안 된 곳을 압박하려는 전형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주택조합 관계자는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빈집이어서 표시해 둔 것일 뿐 압박하려는 의도는 없다. 사업 초기에 했던 것에 민원이 많이 제기된 데다 구청에서 지워달라고 요청해왔기 때문에 현재는 꽤 많이 지웠다. 심한 부분은 현수막으로 가리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택조합 사업이 언제 완료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오래갈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 주민은 "옆에 있는 5층짜리 건물은 올해 준공했다. 적어도 몇십억원을 달라고 요구할 텐데 언제쯤 매입해서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1년째 월세를 내지 않고 장사 중인 한 세입자는 "집주인이 조합에 건물을 팔고는 야반도주하듯 이사를 갔다. 보증금과 권리금을 한 푼도 못 받았기 때문에 그냥 장사하고 있다. 조합에서 돈만 주면 당장 떠나겠지만 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주민은 "한 시행사가 6년 전 개발사업을 추진하다가 부도가 난 후 지난해 다시 주택조합 방식으로 사업이 시작된 곳이라 이번에도 잘 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주택조합의 경우 전체 부지의 95% 이상 토지와 건물을 매입해 시공 승인을 받아야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주택조합은 전체 사업부지 중 70%에 해당하는 건물과 토지를 매입했고 다음 달 시공사를 선정해 연말까지 시공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주택조합 관계자는 "관심을 보이는 시공사도 많고 조합원들의 의지도 충분하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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