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성주뿐만 아니라 인근 김천 주민들까지 반발을 계속하고 있다.
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찬반양론이 격화되고 있고, 해당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까지 사드 배치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갈피를 못 잡는 형편이다. 이럴수록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정부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혼란만 더 가중시키고 있다.
북핵 위협도 버거운 판에 예상보다 더 크게 반발하는 중국의 눈치까지 보느라 정신이 없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이 있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하여 새것을 안다는 의미이다. 시간을 신라 삼국통일 시기로 잠시 돌려보면 오늘날 현실과 비교해 큰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670년 나당연합군이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뒤, 당나라는 삼국 전체를 지배하려고 백제 땅에 웅진도독부를 설치하고, 심지어 문무왕을 일개 계림대도독으로 임명했다. 평양에 안동도호부를 설치하여 웅진도독부와 계림도독부를 총괄하면서 한반도를 당의 식민지로 만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래서 문무왕은 초강대국인 당나라와 굴욕적인 평화를 이룰지 자주적으로 전쟁을 벌일지를 고민했고, 결국 투쟁을 선택했다.
그러자 당나라 행군총관인 설인귀는 문무왕에게 신라를 위해 우리가 전쟁을 벌여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켜 줬는데 당나라 황제의 은혜를 저버리고 선왕인 무열왕의 업적에 먹칠하는 패륜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선전포고와 함께 항복을 강요하는 서신을 보냈다.
하지만 문무왕은 도리어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신라의 입장을 밝히는 명문을 보냈다. 설인귀의 오만함에 답하는 '답설인귀서'다. 이글 서두에서는 당태종이 태종무열왕에게 애초 "산천과 토지는 내가 탐내는 것이 아니니 내가 양국을 평정하면 평양 이남과 백제의 토지를 모두 신라에 주어 길이 안일케 하고자 한다"라고 했던 약속을 어긴 것이 당나라임을 지적하고, 신라가 당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여제정벌에 전력을 다하였으며 여제부흥운동 세력에 곤욕을 당한 당군을 구원한 사실 등을 조리 있게 풀어내고 있다. 이후 문무왕은 자주적인 대당투쟁을 전개하고 마침내 승리한다.
물론 지금은 그때와 주변환경이 다르다. 하지만 주변 강대국의 압박 속에서 국가이익을 도모했던 문무왕의 굳은 결의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면서 사드 배치 등 안보 문제를 국민적 단합을 바탕으로 잘 해결하면서 중국, 일본, 러시아와 실리적이고 당당한 외교정책을 펼쳐 나가야 한다.
1천400여 년 전 신라의 삼국통일이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이루었듯이 후손인 우리가 동북아 평화 구축에 일조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운명인 것 같다. 지금은 국력도 커졌고, 굳건한 한미동맹도 있어 문무왕의 고민보다는 덜 힘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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